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테슬라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머스크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준 민간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 태양광 패널 제조·설치 업체 ‘솔라시티’(2006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뉴럴링크’(2016년), 차량을 고속 이동시키는 지하 터널을 만드는 토목 기업 ‘보링 컴퍼니’(2017년) 등이다.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미국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최신형 로켓 ‘스타십 SN9’과 ‘스타십 SN10’이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로켓 발사 센터에 나란히 서 있다. /스페이스X

모두 비상장기업이다 보니, 유일한 상장 기업인 테슬라의 주가에 이들 기업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5월과 11월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발사 임무에 성공하자 테슬라 주가도 각각 7.5%, 8.0%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는 “스페이스X가 머스크와 테슬라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의 성과가 머스크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테슬라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민간 우주 산업 대표 ‘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이 중 맏형이자, 테슬라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이 가장 큰 기업이다. 상업 우주 개발과 인류의 화성 이주를 목표로 2002년 설립됐다. 이 회사는 민간 기업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 발사 성공(2008년)과 재사용 로켓 발사 후 착륙 성공 등 숱한 ‘세계 최초’ 기록을 세우며 민간 주도 우주 산업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이 됐다. 지난해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발사를 승인한 로켓 39대 중 25대(64%)가 스페이스X 소속이었다. 올 들어서도 3개월여 만에 9개의 로켓을 쏘아 올렸다.

스페이스X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화물을 운송해주거나 위성을 우주로 올려주는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트레피스는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당 6000만~1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고 분석했다.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해는 2018년으로 21차례 발사를 통해 20억달러(약 2조2700억원)를 번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에는 12억달러(약 1조3600억원)를 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정식 서비스 예정인 ‘스타링크’ 무선 인터넷도 스페이스X의 사업이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 비상장 기업 중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지난달 8억5000만달러 투자금을 조달하면서 740억달러(약 83조84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작년 8월의 460억달러와 비교해 반년 만에 60% 이상 오른 것이다. 설립 당시 기업가치(2700만달러)와 비교하면 약 2740배다.

스페이스X는 이 로켓들을 이용해 인공위성 발사와 민간 우주여행 사업 외에도 지구 저궤도에 4만개가 넘는 통신 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서비스도 시작했다. /스페이스X

◇글로벌 무선 인터넷 ‘스타링크’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사업은 머지않아 별도 회사로 분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도 500~1200㎞ 지구 저궤도에 최대 4만2000대의 통신위성을 배치, 남극과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초당 최고 1기가비트(Gbps) 속도의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1265대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지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 말 기준 시범 서비스 가입자만 1만명이다. 현재 인터넷 속도는 초당 50~150메가비트(Mbps) 수준이다. 2022년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월 이용료 99달러(약 11만2000원)의 사전 주문도 받기 시작했다.

스타링크는 테슬라와 사업 연관성이 있다. 장기적으로 테슬라 차량과 묶음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테슬라 차량의 길안내 시스템과 인터넷 오디오 등의 기능은 각국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4G(4세대) 통신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사에 별도 회선으로 가입해야 하고, 국경을 넘으면 비싼 인터넷 로밍 요금을 내야 한다. 격오지에서는 아예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이런 시장 가능성을 보고 스타링크 사업이 향후 809억달러(약 91조6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로켓 발사 사업 성장 전망치(117억달러)의 8배 수준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스타링크가 모토롤라의 글로벌 이동전화 사업 ‘이리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고속 지하터널 루프(Loop)를 만드는 ‘보링 컴퍼니’,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뉴럴링크’, 가정용 태양광 발전 장치를 만드는 ‘솔라시티’ 등도 일론 머스크가 벌이는 사업이다. 보링 컴퍼니의 대형 터널 굴착 장비(위에서부터)와 생명체의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수술 로봇, 솔라시티의 태양광 발전 타일이 설치된 주택의 모습.

◇궤도 오르기 시작한 新사업들

솔라시티는 테슬라의 ‘숨은 효자 사업’이다. 2016년 테슬라에 인수된 후 별 성과를 못 내다, 지난해부터 빠른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솔라시티가 이끄는 테슬라의 에너지 발전 및 저장 부문은 지난해 19억9400만 달러(약 2조2500억원)의 매출을 내며 전년(15억3100만달러) 대비 30% 매출이 늘었다.

뉴럴링크는 뇌파를 무선 전송하는 칩을 뇌에 심은 돼지를 지난해 8월 공개한 데 이어, 최근 생각만으로 비디오게임을 조작할 수 있는 원숭이 실험을 해 화제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1일 오디오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조만간 머리에 컴퓨터 칩을 심은 원숭이 실험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초고속 지하터널 ‘루프(Loop)’를 만드는 보링 컴퍼니는 2018년 캘리포니아 호손에 1.83㎞ 테스트용 터널을 완공한 데 이어, 작년 5월엔 라스베이거스에서 1.37㎞ 길이 지하 터널을 뚫었다. 라스베이거스 터널 시험 주행 영상에는 최고 시속 204㎞로 시내 도심을 주파하는 테슬라 전기차의 모습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