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색해본 상품이 뉴스 사이트나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들어갔을 때 광고로 뜨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PC에 남은 인터넷 사용 이력(유저 트래킹) 정보를 이용해 제공되는 ‘맞춤형 광고’다. 이런 식의 맞춤형 광고 서비스가 조만간 퇴출당하거나 크게 바뀌게 된다. 글로벌 스마트폰과 검색 시장을 주름잡는 미국 애플과 구글이 유저 트래킹 정보를 외부 업체에 기본 제공하지 않기로 정책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맞춤형 광고에 크게 의존해온 페이스북과 디지털 광고 업계에 초(超)비상이 걸렸다. 페이스북은 애플을 ‘빅 브러더(big brother·독재자)’라고 비난하고 나섰고, 광고 업체는 대안 모색에 급급하다. 테크 업계에선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주장과, 이른바 빅 테크 기업의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주장이 맞선다. 비즈니스와이어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 규모는 최소 1700억달러(약 193조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유저 트래킹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일러스트=김성규

◇구글·애플 “무분별한 개인 정보 제공 중단”

이번 사태는 애플이 지난해 6월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새로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내장해온 IDFA(ID for advertisers·키워드)를 통해 수집·제공해온 유저 트래킹 정보를 더는 기본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2021년부터 자사 기기의 공통 운영체제인 ‘iOS’를 갱신하게 되면 앱이 IDFA를 쓰려고 할 때마다 이용자에게 개인 정보 수집 허용 여부를 물어서 유저 트래킹 정보 활용이 어렵게 했다. 미국 정부의 반(反)독점 조사, 유럽의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등으로 무분별한 개인 정보 수집과 활용에 제동이 걸린 데 따른 조치다.

경쟁사 구글도 애플의 조치를 뒤따랐다. 구글은 이달 초 “웹사이트 방문 이력 등을 수집해 만드는 맞춤형 광고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광고 업체가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유저 트래킹 정보 파일(제삼자 쿠키) 지원도 내년 초 중단한다. 구글은 대신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라는 새 맞춤형 광고 기술을 4월 이후 내놓을 예정이다. “이용자들의 웹브라우저 탐색 습관을 분석, 비슷한 유형의 사용자 집단을 대상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기술”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페이스북 “매출 반 토막 위기”

두 회사의 정책 변경은 쓰나미급 파문을 몰고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빅테크 중 하나인 페이스북이 가장 큰 피해자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8년 영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통해 수백만 가입자의 개인 정보를 유출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매출의 대부분(약 98%)이 애플과 구글의 유저 트래킹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에서 나온다. 페이스북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80억달러(32조원)에 달했다. 데이비드 워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구글과 애플의 조치로) 매출이 반 토막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에 몰린 페이스북은 이 문제를 정치 경제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 강화 조치가 (맞춤형 광고 제작을 불가능하게 해) 수백만 소상공인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여론에 호소하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일간지에 ‘애플 대 자유 인터넷 세계’라는 문구를 담은 전면 광고도 냈다.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도 검토 중이다.

◇”디지털 광고 제작 차질 불가피”

기존 광고 업계 역시 곤경에 빠졌다. 더는 구글과 애플의 서비스(플랫폼)가 제공하는 정보를 이용해 쉽고 싸게 맞춤형 광고를 제작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광고 회사 이노비드의 탈 캘로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개인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져 광고 제작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맞춤형 디지털 광고 규모는 TV광고(560억달러)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마케팅 회사 컨스털레이션의 디애나 리 CEO는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옴니콤 같은 대형 광고 회사나 코카콜라 같은 대기업은 시장조사 업체의 소비자 조사 기반 광고 같은 대안을 찾겠지만 작은 기업들은 이런 방법에 드는 비용이 너무 커 맞춤형 광고를 이용할 길이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 /자료=이마케터

◇”눈 가리고 아웅” vs “적반하장”

테크 업계에서도 논쟁이 인다. 웹브라우저 회사인 브레이브의 브렌던 아이크 창업자는 “빅테크 기업들, 특히 구글이 개인 보호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돼지에게 향수를 뿌리고 냄새가 좋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구글이 인터넷 이용 통계 분석 서비스 ‘구글 애널리틱스’나 검색어 기반 맞춤형 광고 ‘애드워드’ 등 개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자사 핵심 사업을 그대로 하면서, 다른 기업의 맞춤형 디지털 광고만 희생양 삼고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테크 기업들의 개인 정보 남용 문제는 대다수 이용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라 구글과 애플로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의견이 많다. 오히려 반대론의 대표 주자 페이스북에 대한 역공이 나온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달 28일 “어떤 기업이 이용자를 계속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데이터를 남용해 선택권을 제한하려 한다면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사실상 페이스북을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IDFA(ID for advertisers)

아이폰에 탑재된 사용자 추적 소프트웨어. 페이스북 같은 외부 앱 개발자가 이용자의 앱 사용 빈도, 방문하는 웹사이트 등 광고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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