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글로벌 투자회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은 최근 록밴드 원퍼블릭의 멤버이자 유명 작곡가인 라이언 테더(Tedder)의 음악 500여곡의 저작권을 사들였다. 비욘세의 ‘헤일로(Halo)’, 아델의 ‘루머 해즈 잇(Rumor Has It)’ 등 메가 히트곡이 포함되어 있는, 추정 가치만 2억달러(약 2205억원)에 달하는 자산이다.

KKR이 음악 저작권을 사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기업 인수합병·부동산·인프라 등에 주로 투자해 왔다. KKR의 파트너 나트 질카는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음악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과 기회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음악 저작권이 새로운 대체 투자(alternative investment)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과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음원의 사용 영역이 온라인 게임, 소셜 미디어, 디지털 피트니스 등으로 다변화하면서다. 국제음반산업협회가 집계한 전 세계 음원 스트리밍 수익은 2019년 114억달러(약 12조57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음악 산업 수익의 56%다. 골드만삭스는 “2020년 4억1600만명 수준이던 유료 스트리밍 구독자 수가 2030년 12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렇게 음원 시장이 급성장하며 음악 저작권이 글로벌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수단이 될 것이란 게 투자자들의 기대다. 음악·영화 산업 전문 컨설팅 회사인 마사르스키 컨설팅은 “역사적으로 저작권 수익은 다른 자산과 상관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투자 다각화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음악 저작권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도 늘고 있다. 2018년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한 ‘힙노시스(Hipgnosis) 음악 펀드’가 대표적이다. 비욘세의 매니저였던 머크 머큐리아디스(Mercuriadis)가 설립했다.

이 펀드는 유명 음악 저작권을 대량으로 사들인 다음 투자자들에게 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한다.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저스틴 비버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등 5만7000곡의 저작권을 보유했다. 지난해 3~9월 반기 매출이 5000만파운드(약 757억8000만원)로 전년 동기(2260만파운드)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힙노시스 음악 펀드는 지난해 3월 런던 증시의 중형주로 구성되는 FTSE250 지수에도 편입됐다. 1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12억3000만파운드(약 1조8700억원)에 달한다. 머큐리아디스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음원 유료 스트리밍은 이제 필수적 소비로 바뀌고 있다”며 “검증된 히트곡은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익을 가져다주는, 금이나 석유보다 나은 자산”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