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아이즈원 멤버들이 지난해 10월 열린 CJ ENM의 ‘케이콘택트’ 온라인 유료 공연에 참석해 전 세계 팬들과 화상 인사를 나누고 있다. /CJ ENM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 이른바 ‘랜선 콘서트’란 새 비즈니스 모델이 살렸다. 상당수의 예술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는 와중에도, 국내 연예기획사들의 랜선 콘서트는 기존 현장 콘서트를 대체해 신종 코로나 시대의 새 대중문화 소비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신종 코로나 백신의 보급이 예고된 올해, 이 비즈니스 모델은 계속 유효할까. Mint가 들어본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공연 상품의 마케팅 포인트가 스타와 팬의 ‘유대감’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며 콘서트 비즈니스의 속성도 진화하고 있다.

◇랜선 콘서트가 가른 희비

랜선 콘서트는 일반 공연 예술과 대중 문화 공연 간의 희비를 극명하게 갈랐다. 지난해 연극·클래식·무용·뮤지컬 공연의 건수와 매출은 전년 대비 절반 이하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0년 K팝 외 대면 공연의 성수기(7~12월) 매출액은 743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 1937억원의 38% 수준이었다. 공연 건수 역시 4649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8355건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4월부터 6주간 자사 아이돌그룹 6팀을 등장시킨 ‘비욘드 라이브’ 랜선 콘서트는 첫 공연인 슈퍼엠 공연에서만 7만5000명의 시청자를 모으고 25억원의 매출을 내며 성공을 거뒀다. 덕분에 SM은 작년 2분기 1359억원의 매출과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2019년 대비 1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40% 증가한 ‘어닝서프라이즈’였다.

BTS(방탄소년단)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0월 랜선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으로 99만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업계가 추정하는 매출액은 무려 540억원이다. 2019년 10월의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콘서트가 15만명의 관람객을 모아 132억원의 매출(추정)을 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 성과다.

공연계 코로나 전후 매출액

◇비대면 콘서트는 지속 성장

업계는 “콘서트란 문화 상품의 가치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동안 콘서트의 가치는 ‘선망하는 예술가나 스타를 내 눈과 귀로 직접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란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스타의 존재를 직접 경험 못하더라도, 팬들에겐 ‘콘서트’로 이름 붙인 차별화된 미디어 경험을 통해 스타와 팬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의미를 갖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연계는 “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공연시장은 ‘팬덤’을 중심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K팝은 타 장르보다 해외 팬의 충성도가 높다. 따라서 가상 공간에서 열리는 비대면 콘서트가 더 많은 팬을 불러 모으는 데 유리하다. 오프라인 공연과 비교해 비용 대비 수익성도 높다. 일회성이 아닌 일정 기간 참여할 수 있는 ‘구독권’ 형태로 오프라인 공연보다 싸게 티켓을 팔고, 이와 연계된 굿즈(기념품) 판매로 수익을 보충하는 것도 가능하다.

CJ ENM은 작년 6월 유튜브와 연계해 국내 최초로 여러 명의 K팝 스타가 함께 등장하는 온라인 공연 ‘케이콘텍트’를 기획, 티켓을 ‘구독권’ 형태로 팔았다. 김동현 ENM 음악컨벤션사업국 국장은 “한동안 비대면 공연들은 대면 공연을 완벽히 대체할 ‘라이브 중계’ 기술에 매달렸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만할 독점 콘텐츠 개발과 판매 방식 선점이 관건이 됐다”면서 “2021년에도 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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