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LS전선의 밸류업 데이 행사장.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이 나와 “글로벌 해저케이블 사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설루션 사업을 통해 2030년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며 미래 전략과 포부를 밝혔다. 구 사장이 2022년 LS전선 대표직에 오른 이후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업 발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전력망 수퍼사이클을 타고 LS전선의 실적이 상승세를 타자 구 대표의 자신감이 더해져 공개석상에서 사업 전략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원도 동해시 LS전선의 HVDC 전용 공장 전경. 높이 172m의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 VCV 타워가 높이 솟아있다. 현재 1~4공장이 있고, 오는 2025년 상반기 완공 목표로 5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LS전선

국내 1위이자 글로벌 3위 전선 업체 LS전선의 핵심 사업 축은 해저케이블과 데이터센터용 전력 설루션이다. 두 사업으로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전력망 수요에 대응해 ‘퀀텀 점프’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LS전선은 지난해 6조원대를 기록한 매출을 2030년 10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해저케이블 수요 폭증

LS전선의 대표 사업은 해저케이블이다. LS전선은 2007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초고압 직류송전(HVDC) 케이블 개발에 성공하며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HVDC는 교류보다 송전 거리에 따른 손실이 적어 장거리일수록 경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세계적으로 해상 풍력발전 건설이 늘어나면서 해상에서 발전시킨 전기를 육상으로 끌어오는 해저케이블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공급사는 LS전선을 포함해 세계 단 6개 기업에 불과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고의곤 LS전선 상무는 “2040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연간 약 2000㎞의 해저케이블이 부족해질 것으로 본다”며 “글로벌 현지화를 통해 미국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 /LS전선

현지화를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최대 규모 케이블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LS전선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 현지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확정했다. 약 1조원을 투자해 새로 짓는 공장은 세계 최고인 200m 높이의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가 설치된다. 공장은 올해 안에 착공해 2027년 준공될 예정이다.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영국과 베트남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검토 중이다. 구본규 사장은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과 함께 케이블 공급부터 시공, 유지 보수까지 아우르는 턴키(일괄 수주 계약) 설루션으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이 생산한 케이블을 LS마린솔루션이 시공하고 유지 보수까지 하는 전략이다. 구 사장은 10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해저케이블 전문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 대표이사로도 취임할 예정이다.

그래픽=김성규

◇”상장 심각하게 고민... 먼 미래는 아냐”

미래 신사업으로는 AI 데이터센터용 설루션을 제시했다. 최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전력 소모량이 난제로 떠올랐다. 최근 LS전선은 세계 최초로 전력 손실이 없는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설루션을 출시했다. 신영식 LS전선 부사장은 “초전도 케이블을 활용하면 대용량의 전류를 기존 방식 대비 훨씬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며 “전자파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구 사장은 LS전선의 기업공개(IPO)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구 사장은 “지금과 같은 전력 시장은 15년 정도의 메가 트렌드로 갈 것이라고 생각해 시장 성장성은 밝다고 본다”면서도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 돈을 많이 버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후 상장을 고민하고 있다. 아주 먼 미래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