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전투기<사진>와 미 공군 조종사가 모는 전투기가 작년 9월 공중전을 벌인 사실이 지난 17일 뒤늦게 공개됐다. 미 공군에 따르면 ‘AI와 인간 전투기 대결’은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벌어졌다. 두 F-16 전투기는 최대 시속 1931㎞로 날았고, 한때 서로 간격이 610m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AI 요원 전투기에 파일럿 두 명이 탑승했지만 그들은 마지막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정도로 AI 조종은 성공적이었다. 미 공군은 이번 게임의 승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AI를 접목한 전투기인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에 나섰다. 조종사 피해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6세대 전투기는 딥러닝을 통해 전투 경험을 축적하고, 지휘·통제·통신·정보 능력까지 갖춘 AI를 장착해 공격성과 생존 능력을 동시에 높였다. 조종사가 AI 도움을 받아 전투기를 몰거나, 기지가 통제하는 원격조종도 가능하다. 또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쓰이는 자폭 드론처럼 사람 없이 자율 조종도 가능할 전망이다. 미 매체들은 6세대 전투기가 2030년에는 기존 최고 수준의 전투기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공군은 5년 내 수백대, 중장기적으로는 1000대 이상 6세대 전투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2019년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사전 연구를 시작했고, 지난해 2월에는 6세대 전투기 개념도를 공개했다. 연합군도 있다. 영국·일본·이탈리아와 프랑스·독일·스페인이 각각 공동 개발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세대 전투기 엔진을 독자 기술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6세대 전투기를 비롯한 AI 무기에 대한 논란은 이미 뜨겁다. ‘AI를 활용하면 타격 정밀도를 높여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찬성론과 ‘생명의 가치를 놓고 결정할 때는 AI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각국 정부도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한국과 네덜란드가 공동 개최한 ‘군사적 영역의 책임 있는 AI에 대한 장관급 회의’에서 “군사적 AI 능력은 국제법에 준해 개발하며, 무기 시스템 결정 시 인간이 통제하고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