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공을 들여온 자율 주행 ‘애플카’ 프로젝트를 접은 애플이 새로운 문샷(moonshot·달 탐사와 같은 도전적 연구) 프로젝트로 로봇을 선택했다. 로봇은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현실 생활 속에서 구현해 내는 ‘AI의 종합판’으로 평가된다. 완전 자율 주행 기술 실현에 거금을 투자했던 애플이 방향을 틀어 AI와 로봇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 시각) “애플이 로봇 분야를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Next big thing)’로 삼기로 했다”며 “구체적으로 집에서 사람을 따라다니는 ‘가정부 로봇’과 로봇 기술을 적용해 스크린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탁상용 기기를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로봇 분야로 초점을 옮긴 것은 지난해부터 거세게 불고 있는 AI 열풍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경쟁 기업들이 빠르게 AI 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애플은 AI 분야에서만큼은 경쟁자들보다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봇 개발 과정에서 AI 역량을 확보해 ‘AI 기업’으로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창고나 공장처럼 구조가 일정하지 않은 가정집에선 높은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이 탑재된 로봇이 필요할 것”이라며 “로봇 사업은 애플카 개발을 통해 쌓은 자율 주행 기술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애플의 로봇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로, 최종적으로 어떤 제품을 구상하는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수년 전부터 로봇 기술에 주력해 온 다른 테크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내놓은 ‘테슬라봇’의 경우엔 이미 사람처럼 뛰어다니고, 열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여 달걀을 집는다”며 “후발 주자인 애플이 로봇 분야에서 이들을 따라잡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로서는 로봇 사업의 성공이 절실하다. 2014년 핸들이 없는 완전 자율 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 타이탄’을 출범시키면서 10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100억 달러(약 13조4800억원)를 투입했다. 하지만 결국 자동차 한 대도 만들지 못하고 지난 2월 폐기를 선언했다. 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성장이 수년째 둔화하며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