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로고./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아마존이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라이벌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 71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해 9월 AI 경쟁에 본격 가세하며 이 회사에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했었다. 당시 12억5000만달러를 먼저 투자한 후 반년여 만에 추가 투자를 마무리한 것이다. 미국 CNBC 방송은 “아마존의 이번 투자는 30년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부 투자”라고 보도했다.

아마존·구글·메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쩐의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로 유망 AI 스타트업의 기술을 확보해 자사 서비스에 탑재할 목적으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또 최고 수준의 AI 전문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100만달러(약 13억4600만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며 ‘인재 영입’ 전쟁도 벌이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가치 폭등하는 스타트업들

아마존이 투자한 오픈AI의 챗GPT에 맞설 AI 모델을 개발하는 곳이다. 오픈AI 출신 대니엘라와 다리오 애머데이 남매가 2021년 설립했다. 앤스로픽에는 아마존뿐 아니라 구글도 이미 5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앞으로 15억달러를 추가해 총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앤스로픽은 지난 4일 최신 챗봇인 ‘클로드3′를 공개하고, “대학원 수준의 추론과 기초 수학 등 능력 검증에서 GPT-4를 능가한다”며 오픈AI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구글과 아마존이 앤스로픽에 거금을 투자하는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의 동맹에 맞설 강력한 파트너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픈AI를 놓친 후발 주자인 아마존과 구글이 대안으로 앤스로픽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아마존과 구글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앤스로픽의 AI를 판매하며 밀월 관계를 만들고 있다.

빅테크의 ‘AI 쩐의 전쟁’의 초반 승기는 일단 MS가 잡았다. MS는 지난해 오픈AI에 130억달러(약 17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오픈AI의 AI 모델인 GPT 시리즈를 자체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MS는 지난 2월 ‘유럽의 오픈AI’라고 불리는 미스트랄AI에도 1500만유로 투자를 단행했다.

빅테크가 뛰어들면서 AI 기업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이 투자한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는 최대 184억달러(약 25조원)로 평가받고 있다. 1년도 안 돼 기업 가치가 지난해 초(41억달러) 대비 4.5배로 폭등한 것이다. 지난 1년간 오픈AI의 몸값은 MS가 투자할 당시의 290억달러에서 860억달러(약 116조원)로 폭등했다. 프랑스의 미스트랄AI도 설립 10개월 만에 몸값이 20억유로(약 2조8900억원)가 됐다.

◇AI 인재 ‘묻지 마 영입’

빅테크들은 AI 인재 영입을 위해서도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AI 인재 쟁탈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최대 100만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제안하거나, AI 연구팀 인력 전체를 스카우트하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산업이 주목받은 지 불과 1년밖에 안 된 시점에, AI 모델을 처음부터 훈련해본 경험이 있는 AI 인력은 업계에 수백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AI 인력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크게 넘어서며 실리콘밸리 특유의 특별 채용 관행까지 뛰어넘는 파격 연봉이 제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의 AI 부서인 딥마인드 연구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스카우트를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딥마인드에서 이직을 희망하는 인력에 대해선 면접 절차도 생략하기로 했고, 메타를 떠나려는 인재에겐 획기적으로 높은 보상책을 제안하며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와 관련이 없는 엔지니어들은 대규모 해고를 당하고, AI 인력은 고액 연봉으로 채용되는 엔지니어계의 양극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