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생성형 AI 플랫폼 등을 매달 일정액을 받고 빌려주는 구독형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AI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GPU 등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국내외 IT 기업들은 기존에도 일부 소프트웨어를 구독형으로 서비스해 왔지만, AI 열풍에 GPU 같은 부품과 생성형 AI 플랫폼까지 구독형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로써 자금력이 떨어지는 스타트업들은 GPU 등을 직접 구매할 필요 없이 가상 환경(클라우드)에서 빌려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서비스형(구독형) GPU(GPUaaS·GPU as a Service) 시장은 2023년 31억6000만달러(약 4조2500억원)에서 2030년 255억3000만달러(약 34조3500억원)로 8배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그래픽=양진경

◇GPU도 연간 구독 서비스

삼성 SDS는 이달 말까지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에서 GPU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인 ‘H100′을 시간당(윈도 기준) 약 1만7000원, 1년 약정 시 월 860만원 수준에 이용할 수 있다. 현재 H100 하나를 사려면 4만달러(약 5400만원) 넘게 줘야 하고 구매한 GPU를 받기까지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데, 훨씬 저렴한 가격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 SDS 관계자는 “120개 이상의 기업들이 문의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KT 클라우드는 아예 고객 맞춤형 상품을 내놨다. GPU를 0.2장 단위로 서비스하거나 사용한 시간만큼만 요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KT 클라우드 관계자는 “작은 스타트업들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의 빅테크들도 적극적이다. 기존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GPU를 가상의 공간에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클라우드는 엔비디아의 ‘H100′ ‘A100′ ‘V100′ 등 다양한 GPU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 IBM 등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GPU를 기업들에 빌려주며, 시간당 혹은 연간 구독 상품을 최근 선보였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 업무에 AWS의 GPU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고. 메타도 MS의 클라우드 ‘애저’에서 구동되는 엔비디아 GPU로 AI를 개발하고 있다. GPU를 구매해서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미 구축돼 있는 GPU를 빌려 쓰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구독으로 손쉽게 AI 서비스 제작

생성형 AI 구독 서비스도 등장했다. LG CNS는 작년 생성형 AI 플랫폼인 ‘DAP GenAI플랫폼’을 출시했다. 기업 고객은 자체 서버나 클라우드에 DAP GenAI를 설치 후, 구독료를 내면 된다. 기업은 생성형 AI 플랫폼으로 문서 요약이나 상품 추천, 보고서 작성 같은 AI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보험상품 추천 AI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고객 정보와 명령어를 입력하고 원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선택해 설정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기업이 원하는 AI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IBM의 ‘왓슨x.ai’ 역시 클라우드에 탑재된 생성형 AI를 가지고 다양한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IT 기업들이 AI 인프라 관련 구독 서비스에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GPU는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수요보다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GPU 가격은 치솟고 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인프라 구축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IT 기업들은 이런 점을 파고들어 비교적 저렴한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기업뿐 아니라 서울대·KAIST 등 대학에서도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AI 수업이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 이용하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도 AI 개발 기업들이 선호하는 점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역시 오픈 AI 같은 개발사와 직접 협상하지 않아도 이미 갖춰진 플랫폼만으로 AI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가격뿐 아니라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구독자들을 얼마나 오래 잡아두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PUaaS

‘GPU as a Service’의 약자로 서비스형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말한다.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개발·활용하고자 GPU를 직접 설치하는 대신 클라우드라는 가상 공간에서 GPU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