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13명 나와 ‘주주와의 대화’ 20일 오전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4년 사업 전략 공유 및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주주와 기관 투자자 등 6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앞으로 2~3년 내에 반도체 세계 1위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차세대 연구개발 조직인 반도체연구소를 2배로 키워,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자리를 되찾겠다.”

20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반도체(DS) 부문 사장은 주주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경 사장은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이의 데이터 이동 횟수를 크게 줄여 처리 효율을 8배 높인 ‘마하-1′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하고 있다”며 새로운 반도체 칩 개발 계획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작년 반도체 불황의 여파로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낸 상황에서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주주들의 질의가 잇따르자, 경 사장이 직접 반도체 사업 전략을 밝힌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총은 진행 방식과 행사 내용이 예년과 확연히 달랐다. 우선 경 사장뿐 아니라 각 사업 부문을 책임지는 최고위 경영진이 직접 나섰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종희 대표이사(부회장)와 경 사장이 주총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과 갤럭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노태문 MX 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단상에 직접 올라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노 사장은 직접 마이크를 들고 “갤럭시AI 기능은 기기 성능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며 “갤럭시 S22 이전 모델에 대한 AI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지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사장이 직접 사업 전략 브리핑

이날 주총장엔 삼성전자 두 축의 부문장이 직접 주주들 앞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경 사장은 사업전략 발표에서 “기존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1등을 유지할 수 없다”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얻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투자와 체질 개선 활동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기흥 R&D 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한다.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신사업 준비 계획도 발표됐다. 경 사장은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증강현실(AR) 글래스를 위한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극 개발해 2027년부터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전과 모바일 등 사업을 진행하는 DX 부문은 모든 디바이스에 AI를 본격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 부회장은 “스마트폰, 액세서리, 확장현실(XR) 등 모바일 제품 전반에 AI 적용을 확대하겠다”며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통해 일반 가전제품을 지능형 홈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가 배당 관련 송곳 질문 쏟아져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는 주가 및 배당과 관련한 소액주주들의 송곳 질문이 이어져 경영진이 진땀을 뺐다. “경쟁사와 달리 삼성전자는 주가 인상폭이 지지부진하다”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질문이 이어졌다.

주총 의장인 한 부회장이 “지난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주주 환원 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2023년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배당이 당기 순이익의 35% 정도에 그치는 등 배당 정책이 실망스럽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한 부회장은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 말씀 드린다”고 말한 뒤 “올해는 반도체 시황과 IT 수요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적극 대응하고 AI를 탑재한 스마트폰 판매 확대 등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주 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경 사장도 “올해 1월부터는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액수를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