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최강자인 미국 엔비디아가 작년 스타트업 투자 건수를 크게 늘리며 벤처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기술혁신 기업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군 중 하나이다. 사진은 지난 2월 23일 엔비디아의 대만 타이페이 사옥./EPA 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작년 약 3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엔비디아의 타 업체에 대한 투자 가치 역시 1월 기준 15억4600만달러(약 2조300억원)로, 지난해 1월(2억9900만달러)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WSJ는 “엔비디아의 벤처 투자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며 ”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벤처 투자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AI가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적극 투자하면서 자사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작년 7월 생명공학 기업 ‘리커전 파마슈티컬스’에 5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한다는 점을 내세워 엔비디아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엔비디아 인프라를 사용하는 회사에 대한 투자도 많다. 엔비디아는 작년 자사 반도체를 사용하는 프랑스 수술 로봇 업체 ‘문 서지컬’, 자사 AI 반도체로 구성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코어위브’에도 투자했다.

엔비디아의 투자는 금액 자체보다 일종의 ‘보증 수표’로 가치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 유치 자체가 ‘엔비디아에 인정받았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음성 인식 AI 기업인 ‘사운드하운드 AI’는 지난 2월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가 하루 만에 67% 올랐다.

국내에선 영상을 이해하는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트웰브랩스가 작년 10월 엔비디아에서 투자받았다. 엔비디아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첫 사례다. 오픈AI의 GPT, 메타 라마 등 주요 AI 모델이 텍스트, 이미지 등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트웰브랩스는 영상에 특화됐다는 점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트웰브랩스의 이승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오는 18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시각 데이터 처리 관련 패널로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