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맞춤형 인공지능(AI) 시장에 진출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엔비디아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맞춤형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새 사업부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미 에릭슨 같은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고 제품 개발을 협업 중이다. 기존 엔비디아가 설계하고 판매했던 서버용 AI 반도체 A100과 H100과 달리, 빅테크들의 수요와 제품에 맞춤 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미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오픈AI와 맞춤형 칩 제작에 대해 논의했다. 엔비디아가 설계하는 AI 반도체 A100과 H100은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지만, 품귀현상이 일어나 가격은 1000만원이 넘고, 구매를 해도 수령까지 1년이 넘게 걸린다. 때문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기능을 포함한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있었지만, 성능과 대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맞춤형 AI 반도체 설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본 엔비디아가 이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브로드컴, 마벨 테크놀로지와 같은 통신, 테크기업에서 AI 반도체 관련 주요 인력을 스카우트해 부서를 꾸린 상태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는 협업 논의 초기 단계지만, 스웨덴의 세계 1위 통신 장비 회사 에릭슨과의 협업은 꽤 구체적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양사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포함한 무선 네트워크 장비를 공동 설계하고 있다. 투자은행 니덤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맞춤형 AI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300억 달러 규모로, 연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약 5%에 그친다. 하지만 AI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조사기업 650 그룹의 설립자 앨렌 워클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 맞춤형 AI 칩 시장은 올해 최대 100억 달러로 성장하고, 2025년에는 두 배로 성장하는 등 급속 성장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해당 보도 후 2.75%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작년에 시가 총액이 3배 이상 증가한 후 올해 들어서도 약 40% 증가한 1조 73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엔비디아는 직접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고 설계만 전문적으로 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생산은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