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공동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 경제 포럼(WEF·다보스 포럼)에도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개막한 다보스 포럼에는 작년 챗GPT로 AI 열풍을 이끈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 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등 ‘AI 빅샷’들이 총출동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AI 분야 석학인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얀 르쾽 뉴욕대 교수까지 다보스 포럼을 찾아 AI를 주제로 열띤 논의를 이어간다.

이들이 총출동하는 건 다보스 포럼에서 AI가 주요 어젠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뢰의 재구축’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선 AI와 가짜 뉴스로 인한 민주주의 보호부터, 생성형 AI의 영향과 AI 규제, AI 시대 윤리, AI와 기술의 융합 등 AI에 대한 다양한 세션이 열린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도 ‘AI 시대 윤리’를 주제로 강연한다. 영국 가디언은 “올해 다보스는 AI가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김성규

◇AI, 다보스 포럼 화두로... 빅테크 총출동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AI를 주제로 열리는 세션은 30개에 이른다. 다보스 포럼 사무국은 스위스 통신사 스위스컴 등 기업들과 함께 AI 관련 포럼을 여는 별도 공간 ‘AI 하우스’를 행사장에 마련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 불참했던 올트먼 CEO는 18일 마련된 ‘격동하는 세계의 기술’ 세션에서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등과 함께 AI의 미래와 관련 규제에 대해 논의한다. 빅테크 가운데 가장 빠르게 AI를 도입한 MS의 나델라 CEO도 다보스 포럼 창립자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과 대담이 예정돼 있다. AI 열풍을 타고 몸값이 높아진 인텔, 퀄컴 등 반도체 기업의 수장도 각종 세션에 등장한다.

AI 학계 4대 천왕으로 꼽히는 얀 르쾽 뉴욕대 교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도 다보스 포럼에서 AI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확장하는 생성형 모델의 세계’ 세션에서 생성형 AI의 현재와 미래, 위험에 대해 논의한다.

AI와 가짜 뉴스로 인한 미디어의 위협도 다뤄진다. 다보스 포럼 사무국은 “AI 등에 기반한 가짜 정보 확산이 사회 양극화와 불안, 경제 등의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에마 터커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장, 라비 아그라왈 포린 폴리시 편집장 등이 참여한 세션이 열린다. CNBC는 “뉴욕타임스가 AI 훈련에 자사 기사가 무단 사용되는 문제로 오픈AI와 MS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며 “AI 분야 지식재산권과 라이선스 문제도 올해 포럼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거세지는 ‘AI 일자리 침공’

다보스 포럼 개막에 맞춰 글로벌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 AI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각국 기업 CEO들은 AI의 확산으로 일부 직종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이 현실화될 것으로 봤다.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15일 발표한 ‘글로벌 CEO 연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CEO 중 25%가 “AI 도입으로 회사 인원이 5%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PwC는 105국 대표 기업 CEO 4702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CEO들은 생성형 AI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32%) 분야를 꼽았다. 은행·자본시장(28%), 보험(28%), 운송·물류(25%), 통신(25%), 비즈니스 서비스(2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엔지니어링 및 건설, 광산업, 부동산 업계 등은 AI로 인한 인력 감축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업 CEO들은 AI가 기업의 수익성과 제품 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PwC 조사에서 CEO 중 46%는 생성형 AI가 “향후 1년 내로 (기업의) 수익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답했고 58%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