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각) 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다쏘시스템 부스에서 관람객이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구현한 가상의 뇌를 살펴보고 있다./라스베이거스=유지한 기자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전통적으로 IT와 모바일, 가전 등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이 중심이 되는 행사다. 그러나 올해는 인공지능(AI)이 행사 전체를 꿰뚫는 화두가 되면서,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됐다. 일본 소니 같은 세계적 미디어 기술 기업부터 올해 처음 CES에 나온 AI 스타트업들까지 30여 기업이 AI를 이용해 훨씬 쉽고 빠르게 갖가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전용 XR 기기 - 10일(현지 시각) CES 에서 공개된 확장현실(XR)기기. 넷플릭스는 XR을 활용한 몰입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뉴스1

소니 전시관에서 만난 독일 미디어 기업 악셀슈프링거의 고위 인사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AI발(發) 미디어 혁명’이 곧 닥치리란 통보를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미디어 산업은 전통적으로 ‘자동화’가 어려운 분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은 사람의 고유한 능력, 또 이야기를 다듬고 이를 영상과 음향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예술성을 갖춘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오디오·비디오 데이터를 다루는 AI 기술이 한층 정교해지고, 이것이 생성형 AI와 결합하며 장벽은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AI가 영화와 드라마, 각종 동영상 플랫폼을 넘어 레거시(전통적) 미디어인 신문·방송 등 뉴스 미디어 업계의 콘텐츠 생산에도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았다. 이 분야에선 이미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는 중이기도 하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AI 번역 기술을 이용해 영문판 뉴스 서비스를 한다. AI를 이용해 프랑스어 기사를 영어로 바꾸고, 기자 출신 번역가가 이를 검수해 인터넷으로 낸다.

일본 미디어 스타트업 ‘리모’는 AI를 이용한 ‘인터뷰 도우미’ 기술을 선보였다. 인터뷰 내용을 글로 바꿔주고, 이를 질문별로 요약해 자동으로 정리해 주는 것은 물론, 보고서나 기사로 만들기 쉽게 다듬어주기까지 한다. 노르웨이 미디어 기업 ‘쉽스테드’는 자사 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을 AI로 자동 요약해 보여준다. 또 영국 언론사 ‘뉴스퀘스트’는 챗GPT를 이용해 정부의 방대한 공개 자료를 분석해 기사화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다만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미디어 종사자들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한 미국 영상 매체의 프로듀서는 “3~4분짜리 짧은 영상을 만들 때 AI를 활용해 보니 제작 시간이 10분의 1까지도 줄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USA투데이 소속의 한 기자는 “우리 생활 속 다양한 제품에 AI가 적용되는 것은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언론사 기사나 영상 리포트까지 AI가 파고드는 것은 신뢰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디어 업계 전반의 콘텐츠 생산 체계에 AI가 적극 도입되면서 일각에서는 2025년이면 전체 콘텐츠의 90%를 생성형 AI가 만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스티브 카네파 IBM 글로벌 산업 총괄은 CES 콘퍼런스에서 “(AI가 적용된) 다양한 도구와 기술을 통해 개인 콘텐츠 창작자는 물론 혁신에 뒤처졌던 전통 미디어들도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며 미디어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미디어그룹 CES 특별취재팀]

▲조선일보 ▷팀장=정철환 파리 특파원, 조재희·정한국·김성민·임경업·오로라·유지한·이해인 기자

▲TV조선 ▷김지아 기자

조선비즈 ▷팀장=설성인 IT부장, 최지희·고성민·권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