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5세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정모(39)씨는 “둘째를 낳았을 때 가장 큰 고민이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고 했다. 첫아이를 키워준 부모에게 둘째까지 맡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맘카페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샅샅이 찾고, 지인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수소문했지만 헛수고였다. 간혹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았을 때에도 직접 만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 등이 편치 않았다. 그러다 아이 돌봄 인력을 중개하는 앱을 우연히 접하면서 고민이 해결됐다. 돌봄 인력 80만명이 등록된 ‘맘시터’ 앱에서 적절한 사람을 찾은 것은 물론 신원과 이력 증빙 서류까지 대신 검증해 줬다. 정씨는 “어린이집 원장 출신에 돌봄 교사 이력까지 있는 분을 구해 2년째 아이들을 맡기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지난해 51조7000억원을 투입하고도 합계 출산율은 0.78명에 그치는 등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육아 관련 스타트업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타트업 ‘맘편한세상’이 운영하는 맘시터는 돌봄 인력과 부모 회원이 올 10월 기준 124만명에 달한다. 4년 전(39만명)의 3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맘시터에서 발생한 거래액만 2400억원에 이른다.

그래픽=김현국

◇정보 비대칭 해결해 이용자 급증

아이 돌봄 중개 플랫폼이 맞벌이 부모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정보 비대칭’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지인 소개로 알음알음 구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부모들은 맘카페나 ‘당근’ 같은 지역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에 거주지와 아이 특성 등 자기 정보를 게시글로 일일이 올리며 돌봄 인력을 찾는다. 반면 돌봄 인력 정보는 제대로 구하기도 검증하기도 어렵다. 아이 돌봄 중개 플랫폼은 이런 불편함을 덜어준다. 돌봄 인력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아동 학대·성범죄 경력을 조회해 주고 보육 교사 자격증과 가족관계증명, 건강 진단 결과서 등까지 검증해 준다. 후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는 “플랫폼을 통해 돌봄 인력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접근성을 높였다”고 했다.

2016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자란다’는 돌봄뿐 아니라 발달 과정에 맞는 놀이와 영어·한글·과학 등 가정 방문 학습 인력까지 중개하는 모바일 앱을 운영하며 회원 65만명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등 국내 대표 투자 기관들에서 3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자란다 관계자는 “맞춤형 돌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전문 선생님’으로 분류되는 교사들의 활동이 전년 대비 4.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입자 45만명을 두고, 오프라인 돌봄 센터까지 운영하는 ‘째깍악어(커넥팅더닷츠)’ 등 아이 돌봄 전문 스타트업들도 연간 수십억 원의 매출을 거두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에잇 포켓’으로 영유아 사업도 쑥쑥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서비스 역시 인기다. 산후조리원 내 신생아실 비대면 면회를 지원하는 영상 공유 서비스 ‘베베캠’과 ‘젤리뷰’를 운영하는 ‘아이앤나’는 지난 8월 누적 회원 100만명을 넘겼다. 스마트폰 사진 갤러리에 방치된 아이 사진과 영상을 자동 정리해 주고, 이를 활용해 이모티콘과 성장 영상까지 만들어주는 서비스 ‘쑥쑥찰칵’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제제미미’도 올해 월간 이용자 규모가 전년 대비 57%, 매출은 13배 이상 급증했다. 제제미미 관계자는 “하루 평균 40만건의 아이 사진과 영상이 업로드된다”며 “누적 데이터가 2억건에 달한다”고 했다. 태아의 초음파 동영상부터 영아 성장 기록을 관리해 주고 각종 임신·육아 정보를 알려주는 앱 ‘마미톡(휴먼스케이프)’ 역시 회원 수가 60만명을 돌파하며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저출생에도 육아 서비스가 고속 성장하는 배경으로는 ‘에잇 포켓’이 꼽힌다. 한 가정 내에서 부모와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등 8명이 한 아이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뜻의 신조어로, 워낙 적게 태어나다 보니 아이에 대한 지출이 더 집중되고 커진다는 의미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초산 연령은 늦어지면서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체력적으로는 육아를 버거워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며 “이들을 겨냥한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