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열린 태재미래교육포럼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김용학 연세대 명예교수가 AI와 교육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논문 자료 조사 같은 단순 업무를 챗GPT에 맡기면 사람은 더욱 수준 높은 질문을 고민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대프니 콜러 미 스탠퍼드대 교수)

“AI가 고도화될수록 AI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문학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스티븐 코슬린 미 하버드대 명예교수)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산업계를 넘어 교육 현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대학과 일선 학교에서 사람 대신 학생을 지도하는 챗봇(채팅 로봇)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제1회 태재미래교육포럼 2023′(태재대·태재미래전략연구원·조선일보 공동 주최)에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세계적 교육·AI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AI의 발전은 전 세계 교육에 혁신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 개별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 AI와 협업을 통한 연구 논문 작성 등 기존 교육·연구 시스템을 180도 뒤집는 ‘에듀테크 혁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AI는 교육 혁신의 기회”

대프니 콜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그동안 여러 연구 논문을 통해 대형 강의보다 개별 수업이 학업 성취도에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생성형 AI 등장으로 드디어 학생별 수준에 맞는 1대1 수업이 가능해졌다”며 “이런 변화는 모든 교실에서 교육의 질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콜러 교수는 세계 최대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 공동 창업자이다. 그는 “일부 대학에선 저작권 문제로 논문 작성에 챗GPT 사용을 막고 있지만 오히려 영어 글쓰기에 약한 학생이 AI의 도움을 받으면 최고의 연구 아이디어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티나 코나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컴퓨터과학)도 “AI는 (학생 표정을 분석해)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분석되면 설명 분량을 줄이는 식으로 모든 개별 학생의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AI의 활용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최대 교육 업체 프린스턴리뷰 창업자 존 캐츠먼은 “Z세대는 다른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것보다 챗봇과 이야기하는 걸 선호한다”며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AI와 대화하면서 대학 학비를 산출해 주고, 전공 과목 변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스타트업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교육 비용 낭비는 줄이고 교육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교육 플랫폼 ‘모두의연구소’를 운영하는 김승일 대표는 “챗GPT 같은 AI 기술의 발전은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지 않는 지식의 탈중앙화를 촉진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며 “AI 시대에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에도 인문 교육 더 중요”

AI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정도로 똑똑해지는 시대에 사람에겐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나왔다. 세계적 명문대 미네르바대학을 설립한 스티븐 코슬린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생성형 AI는 사람의 사고력을 증강시켜 주는 ‘인지능력 증폭기’”라며 “이 증폭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룰지를 제대로 배우는 게 미래 교육 현장의 핵심 관건”이라고 했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빅데이터 응용학과)는 “AI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AI가 주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학교 교육은 앞으로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고도화될 미래 교육 현장에서 대학은 어떤 모습이 될까. 애론 라스무센 마스터클래스 공동 창업자는 “사람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한자리에 모여서 혁신을 도모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학이라는 명칭이 바뀔 수 있어도 대학 고유의 기능은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