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영 팀블라인드 공동 창업자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전 윙버스 콘텐츠 총괄, 전 네이버 여행맛집 서비스 기획·운영 사진 이은영 기자

“블라인드(Blind)는 한국 대기업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쓰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사용자 앱 체류 시간은 일평균 40분가량으로, 월평균 17분인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길다. 채용 플랫폼은 사용자를 얼마나 잘 모으는지가 성패를 가르는데, 적극적 구직자뿐만 아니라 잠재적 구직자까지 폭넓게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블라인드 하이어(Blind Hire)’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블라인드는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 앱이다. 업무용 이메일로 인증받은 직장인만 가입할 수 있다. 운영사 팀블라인드가 2013년과 2015년에 한국과 미국에서 출시했다. 7월 기준 전 세계에서 30만 개 기업과 900만 명의 직장인이 가입했다. 트위터 재직자의 95%, 메타와 우버 재직자의 80%가량이 블라인드에 가입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지난 6월 ‘타임’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타임은 “직장인들은 블라인드에서 모든 것을 논의한다.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대규모 감원 사태 당시 블라인드는 혼란에 휩싸인 직장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채널이었다”고 소개했다.

6월엔 경력직 이직 플랫폼 ‘블라인드 하이어’를 국내 출시했다. 기존 블라인드 앱에 채용 탭을 추가해 채용 공고를 확인할 수 있다. 황수영 팀블라인드 공동창업자는 “경기 침체 이후에 채용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례가 많다. 채용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만큼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되면 1위 채용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행 정보 플랫폼 윙버스와 네이버, 티몬을 거쳐 문성욱 대표 등 3명의 동료와 함께 팀블라인드를 창업했다. 팀블라인드는 2025년 목표로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황 공동 창업자를 서울 을지로 스파크플러스에서 만났다.

블라인드 홈 내 채용 공고. 사진 블라인드

창업 계기는. "직장인들의 익명 소통 아이디어는 네이버 재직 시절 얻었다. 당시 사내 익명 게시판이 있었는데 소통이 활발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건설적이라고 느꼈다. 이전에는 구성원 성향에 따라 조직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플랫폼이 일하는 문화를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제삼자가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하면 더 진실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블라인드를 개발했다."

채용 서비스는 처음부터 구상하고 있었나. "창업 때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다. 블라인드는 소통을 통해 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서비스다. 그런데 조직의 문제를 지적해 바꾸는 것도 좋지만 애초에 가치관이 부딪치는 경우엔 자신과 잘 맞는 조직을 찾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연결해 주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일단은 블라인드에서 진실한 목소리가 많이 쌓여야 채용 서비스도 효과를 거둘 거라고 판단해 출시까지 시차를 두게 됐다."

'타임'이 꼽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블라인드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고 다니면 정말 많은 사람이 알아보고 '블라인드를 통해 우리 회사가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앱을 출시했을 때, 이 앱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지느냐에 사업 성패가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한국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도 블라인드를 많이 아껴주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 미국 테크 업계는 국내보다 이직이 잦다 보니, 경영진들이 좋은 인재를 빼앗길까 봐 사내 여론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블라인드를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 글로벌 기업에서도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회사가 얼마나 투명한 조직 문화를 가졌는지 설명할 때, 재직자들이 블라인드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고 회사가 그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등을 공개한다."

구체적인 조직 문화 개선 사례가 있나. "미국의 차량 공유 플랫폼 '리프트(Lyft)'의 경우 지난 2018년 일부 직원이 자신의 지인이나 유명인의 이동 경로를 무단으로 열람했다는 의혹이 블라인드를 통해 제기됐다. 고객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내부에서 일었고 열람 제한과 보안을 강화했다고 한다. 우버에서는 여성 엔지니어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메타에서는 흑인 재직자들이 인종차별적 정책을 블라인드를 통해 공론화했다. 우버는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고 메타는 책임자가 사과했다."

익명 커뮤니티라는 점을 악용하는 등 부작용도 있다. "블라인드는 직장 내 모든 이야기가 올라오는 플랫폼이다. 무엇이든 말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얘기라면 플랫폼은 방관해선 안 된다. 블라인드의 익명성 역시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도구이지만, 또 다른 이용자를 공격하는 데 악용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블라인드에선 여러 종류의 신고가 가능한데 그중에서도 '특정인 비방'과 '사생활 침해'를 최우선으로 처리하고 있다. 처리 기준은 법이 요구하는 수준을 상회한다. 그 때문에 가입자들이 '이게 왜 특정이 가능한 표현이냐'고 항의하는 일도 많지만,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처리해야 한다고 믿는다. 법적 책임을 넘어 적극적인 노력을 다하는 게 플랫폼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팀블라인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게시물, 댓글, 리뷰 등 모든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배 행위에 대해 즉각적인 신고를 받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신고를 독려하고 있는데, 가장 주목도가 높은 광고 영역을 활용해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특정인 비방 및 사생활 침해의 경우 법적 수준을 웃도는 처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처리 기준을 가입자들에게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플랫폼 운영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채용 서비스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했다. "그렇다. 채용 서비스는 '매칭 플랫폼'과 '헤드헌팅' 두 가지가 있는데, 2021년에 미국에서 먼저 헤드헌팅으로 시작했다. 미국 법인에는 채용 전문가가 내부에 있다. 입사 지원부터 채용까지 밀착해 직접 지원한다. 채용 회사로부터 비용을 받고, 구직자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헤드헌팅 방식이 한국보다 더 대중적이어서 먼저 도입하게 됐다. 매칭 플랫폼의 경우 블라인드 앱의 '채용' 탭을 통해 채용 공고를 노출하고 있다. 기존 앱 이용자들은 직군과 업계, 경력을 선택하면 이에 맞는 공고를 골라서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적극적 구직자뿐만 아니라 잠재적 구직자에게도 공고를 노출시킬 수 있다. 국내에는 지난 6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잡보드(Job Board) 방식으로 확장해 국내에 론칭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채용 플랫폼 사례를 보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해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성공하더라도 불어나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매각되는 일도 많이 봤다. 블라인드는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서 직장인들이 가장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앱이다. 이 앱에서 채용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이용자들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6월 기준으로 가입자 중 85%가 채용 탭에 접속했고, 활성 이용자 3명 중 1명은 공고를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적으로는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

팀블라인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창업 때와 같다. 목소리로 건강한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전 세계 직장인이 블라인드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더 건강한 조직에서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꿈이다."

Company Info

회사명 팀블라인드 본사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업 직장인 익명 플랫폼 ‘블라인드’, 경력직 채용 서비스 ‘블라인드 하이어’ 창업자 문성욱, 황수영, 서창희, 김성겸 최근 투자 유치액 3700만달러(시리즈 C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