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국

지난 15일 영국 ‘힙노시스 송즈 펀드(이하 힙노시스 펀드)’는 콜롬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팝스타 샤키라와 래퍼 넬리 등의 저작권 묶음 29개를 익명의 펀드에 4억6500만달러(약 6200억원)에 매각했다. 힙노시스는 샤키라 외에도 브리트니 스피어스·너바나·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 가수의 노래 6만5000여 곡에 대한 저작권을 갖고 있다. 올 초엔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자신의 노래 290곡에 대한 저작권을 2억달러에 이 회사에 팔아 화제가 됐다. 힙노시스 펀드가 보유한 저작권의 가치는 최고 22억달러로 평가된다. 다른 음악 투자회사 ‘알케미 카피라이트’도 이달 초 15만 곡의 저작권을 소유한 ‘라운드 힐 뮤직 로열티 펀드’를 4억67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음악 시장이 음원 재생과 공연을 넘어 로열티를 받는 지식재산권(IP)이자 금융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랜 기간 사랑받는 히트곡들이 꾸준한 저작권 수입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19일부터 세계 최초로 ‘음악 수익 증권’을 발행했고, 국내 음악 저작권 전문 투자사 비욘드뮤직은 지난 5월 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음악 저작권은 꾸준한 현금 흐름이 창출되기 때문에 빠르게 수익 성장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음원 시장(175억달러)을 포함한 부가 산업 규모를 380억달러(약 50조원)로 추산했다.

그래픽=김현국

◇“음악 저작권 연평균 수익률 7%”

국내 음악 저작권 투자가 투자자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2021년 인기를 끈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덕분이었다. 국내 최초의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가 이 곡의 저작권을 사들여 그 권리를 쪼개서 팔았는데, 음원이 역주행을 하는 바람에 이 가치가 2222%까지 급등했다. 투자 가치가 알려지자 당시 뮤직카우 회원수는 90만명까지 늘었다. 2만 곡의 저작권을 보유한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상품을 선보였지만 금융 당국에서 ‘자본시장법 규제 위반’이라는 판단을 받고 지난 1년 5개월 동안 신규 사업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9월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으며 제도권 편입 절차를 완료했고 일반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이달 내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음악 저작권은 연평균 수익률 7%를 올릴 수 있는 투자 상품”이라며 “세계 최초의 음악 수익 증권인 만큼 글로벌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욘드뮤직은 김현식·이승철·박효신·아이유 등 국내 유명 가수를 비롯해 아델·두아 리파 등 해외 팝스타의 음원 저작권 2만7000개를 보유한 국내 음악 IP 전문 투자사다. 이 회사는 올해 5월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총 5000억원 규모의 음악 IP 투자 펀드를 운용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K팝 인기와 함께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정산받은 저작권이 지난 5년 사이 75% 이상 증가했다”며 “국내 기업들도 음악 저작권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AI 등장으로 오히려 가치가 높아져

음악 IP는 인공지능(AI)의 등장과 함께 오히려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음원 시장에서 서비스되는 AI가 작곡한 노래는 1억 곡이 넘는다. 세계 음악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한 유니버셜뮤직은 최근 프랑스 최대 음원 플랫폼 ‘디저’와 전문 아티스트 저작권료 수입 정산을 10% 인상하고, 인기곡에 대해선 저작권료를 최대 2배 인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음원 수익 분배는 음원 서비스 회사의 구독료 전체 수입에서 재생 횟수에 비례 정산하는 ‘N분의 1 시스템’이었다.

디저의 제로니모 폴게이라 CEO는 “AI가 작곡한 노래와 인간 아티스트의 노래 한 곡에 대한 가치를 동등하게 매기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계약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같은 저작권료 재산정 협상이 스포티파이 등 세계적인 음원 서비스에서도 진행 중”이라며 “음악 IP 경제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