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이 새로운 음악 감상 서비스를 공개했다. 멜론은 이용자가 음악 한 곡만 선택하면 알아서 다음 곡이 이어서 재생되는 ‘믹스업’과 여러 이용자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채팅하는 서비스인 ‘뮤직 웨이브’를 지난 4일 출시했다고 밝혔다. ‘톱 100‘ 등 순위를 중심으로 음원 서비스를 해왔던 멜론이 유튜브 뮤직 등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사한 자동 추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유튜브 뮤직이 가파르게 이용자 수를 늘리며 1위 자리를 위협하자 사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이지원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8월 733만명이던 멜론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올 8월 677만명으로 줄었다. 여전히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1년 새 8%가 빠졌다. 반면 2위를 차지한 유튜브 뮤직의 MAU는 같은 기간 30% 늘어난 604만명으로 집계됐다. 멜론과 유튜브 뮤직의 이용자 수 격차는 1년 전 267만명에서 지난달 73만명까지 줄어들었다. 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작은 격차다.

◇유튜브 어깨 위에서 멜론 추격

유튜브 뮤직은 2019년 뒤늦게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유튜브의 장악력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구글은 광고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월 1만450원)’ 가입자에게 유튜브 뮤직(월 8690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유튜브 뮤직도 포함시켜 이용자를 유입시키는 ‘록 인(Lock-in)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유튜브 이용자들 입장에선 광고를 보기 싫어서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면 음악까지 들을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음원의 다양성도 유튜브 뮤직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꼽은 유튜브 뮤직 선택 이유 1위는 “원하는 음악이 많아서”로 27%를 차지했다. 유튜브 뮤직에서는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커버곡이나 라이브 공연, 미발매곡들도 들을 수 있다. 업계에선 유튜브 뮤직이 7000만곡의 음원을 보유해, 4000만곡 안팎을 보유한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토종 스트리밍 서비스 ‘차별화 시도’

다른 토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이용자들이 가파르게 빠지고 있다. 작년 8월 이용자가 357만명이었던 지니 뮤직은 지난달 322만명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플로 이용자는 253만명에서 209만명으로, 바이브 이용자도 97만명에서 91만명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이용자 대부분은 국내 서비스가 아닌 유튜브 뮤직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업체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지니 뮤직은 지난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주스를 인수했다. 지난 6월엔 음원을 업로드하면 AI가 악보를 그려주고 편곡도 해주는 ‘지니리라’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용자들이 AI를 통해 편곡한 음원을 출시할 수 있게 하고, 원곡자와 편곡자 모두에게 수익이 배분될 수 있게 해 이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바이브는 음원 스트리밍에 그치지 않고, 배우가 연기하는 오디오 무비를 제작하는 등 독자적인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플로는 지난 7월 이용자들이 직접 부른 곡을 공유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커버곡 서비스를 시험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뮤직이 사실상 무료 서비스로 시장에 진입한 상황에서 국내 스트리밍 업체들이 점유율을 유지할 방법은 유료 서비스 혜택을 더 강화하고 차별성을 강조해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것 외에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