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 2023’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 대표는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네이버가 24일 자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오픈AI의 ‘GPT’, 구글의 ‘팜2′, 메타의 ‘라마’ 등 해외 빅테크들의 거대 언어 모델(LLM)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가 이들에 맞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아는 토종 AI라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네이버 지도·쇼핑·뉴스·블로그 등 서비스에서 쌓은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의 사회적 맥락과 제도, 법을 이해하는 답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가 오픈AI의 챗GPT-3.5보다 한국어 자료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했다고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며 “열심히 고민해서 만들어낸 네이버의 전략이 AI 시대에도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B2C, B2B 모두 공략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의 주요 서비스로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를 앞세웠다. 클로바X는 챗GPT와 비슷하게 이용자가 질문을 하면 창작, 요약, 번역, 코딩 등 다양한 형태로 답변한다. 예컨대 “제주도에서 아이와 가보면 좋을 곳을 알려 달라”고 요청하면 최신 정보를 반영해 여행지와 추천 렌터카 등을 알려주고 예약 서비스로 연결한다. 클로바X는 네이버 쇼핑, 여행 등 자사 서비스뿐 아니라 배달의민족(음식 배달)이나 쏘카(모빌리티)와 같은 타사 앱과도 결합해 답변을 내놓는다. 텍스트 외에 이미지, 영상, 소리도 이해·생성할 수 있다. 우선 베타 버전이 서비스된다.

네이버의 강점인 검색에도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서비스 ‘큐’를 새롭게 선보인다. 큐는 사용자의 질문에 사람처럼 판단해 답을 해준다. “원룸에서 초보자가 키우기 좋은 식물”이라고 검색하면, 키우기 쉬운 공기 정화 식물 3가지를 추천하고 관리법도 함께 알려주는 식이다. 큐는 기존에 학습한 언어 모델이 내놓은 답과 실시간 검색을 통해 얻은 답을 비교하며 정확도를 스스로 확인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없는 사실을 진짜처럼 꾸며내 답변하는 생성형 AI의 ‘환각’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기술을 탑재한 뒤 환각 현상이 72% 줄었다”고 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자료 탐색, 문서 작성, 코딩 등을 해주는 기업용 업무 생산성 도구 ‘프로젝트 커넥트X’가 대표적이다. 또 기업들이 이용하는 AI 개발 도구 ‘클로바 스튜디오’에도 하이퍼클로바X를 탑재해 기업마다 자체 업무에 특화한 AI 모델을 만들 수 있게 한다. 네이버는 이미 쏘카, 스마일게이트(게임), SK C&C(금융)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과 협약을 맺었다.

◇한국 시장 지킬 수 있을까

네이버는 구글, MS 등 글로벌 빅테크를 제치고 국내 검색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왔다. 하지만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작년 11월 오픈 AI의 챗GPT-3.5가 출시된 후 다른 빅테크들이 LLM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은 것과 비교해 발표가 다소 늦어졌다. 검색 플랫폼이 생성형 AI로 대체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 높은 한국어 성능과 폭넓은 서비스를 토대로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대표는 “이용자들이 네이버에서 하는 모든 행위 데이터를 다 학습하고 있다”며 “매일 갱신되는 최신 데이터가 학습된다는 점에서 특장점이 있다”고 했다.

여러 분야의 기업이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AI를 쏟아내고 있다. 카카오는 연내 ‘코 GPT 2.0′을 공개해 B2C(소비자 대상 거래) 사업을 할 계획이다. LG는 4500만 건에 달하는 논문과 특허 같은 전문 자료를 학습시킨 전문가용 모델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LLM 에이닷의 기업용 기본 모델을 이달 출시하고, KT도 올해 하반기 초거대 AI ‘믿음’을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챗GPT와 구글 바드 등이 이미 한국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데다, 영어를 비롯한 학습 자료의 양 자체도 훨씬 많아 국내 기업들이 뚜렷한 차별점을 찾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