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중(對中)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완전히 틀어 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첨단 AI 반도체뿐 아니라 ‘저성능 버전’의 AI 반도체까지 수출을 제한하고, 원격으로 미국 클라우드(가상 서버) 기업의 AI 연산 능력을 빌려 쓰는 것도 철저히 제한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AI 굴기’를 아예 싹부터 자르겠다고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각)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이르면 다음 달 초 엔비디아와 같은 자국 반도체 기업이 사전 허가 없이 중국에 AI 반도체 칩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AI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만드는 회사로, 세계 AI용 GPU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A100과 같은 최첨단 AI 반도체는 수출이 금지된 상태인데, 규제를 우회해서 만든 ‘중국용 저성능 반도체’ A800까지 모두 막겠다는 것이다.

강력한 반도체 수출 제한과 함께 미국 클라우드 업체가 중국 AI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하는 논의가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는 원격으로 고성능 컴퓨터와 대용량 저장장치를 빌려 쓰는 서비스인데, 중국 업체들은 AI 반도체가 부족해지자 클라우드 업체에서 이 같은 자원을 빌려 AI 연구에 활용해왔다. WSJ는 반도체 기업들이 추가 제재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발표 시기를 구체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다음 달 초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訪中)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 기업들의 AI 개발은 심각한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런 제재는 미국 반도체 기업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27일 장 마감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3.08% 하락했다.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율은 26%(2021년 기준)다.

미국 정부의 이런 제재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 산업을 대변하는 존 뉴퍼 미 반도체산업협회장은 27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디커플링(분리)은 보호무역주의자의 동화(fairytale)”라며 “반도체 산업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장기간에 걸쳐 매우 효과적인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미국이 독립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