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로봇 서비스기업 XYZ의 황성재 대표가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의 손을 잡고있다. 그는 "로봇이 구인난을 겪는 식음료 업계의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음료 주문을 마치면 로봇팔 바리스타가 부드럽게 움직이며 커피를 내리고, 다 만들어진 커피는 배달 로봇이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 주문 고객에게 가져다준다.”

모든 과정이 로봇으로 이뤄지는 이 시나리오는 이미 한 로봇 기업이 실제로 구현한 것이다. 2019년 창업한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XYZ다. 이 회사는 커피를 만드는 로봇 ‘바리스’를 필두로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 자율주행 배달로봇 ‘스토리지’ 등 다양한 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자율주행 로봇스타트업 ‘코봇’을 인수해 층간 배달이 가능한 로봇을 도입하면서 로봇 무인 매장에서 로봇 빌딩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작년 말 기준 투자 유치 금액은 140억원, 누적 매출액 120억원(수주 포함)을 달성했다.

황성재(41) XYZ 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나 “단순히 커피를 만드는 것을 넘어 컵 뚜껑을 닫고, 고객에게 컵을 건네고, 커피가 쏟아지면 청소를 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일상 생활 전반에 로봇을 접목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XYZ는 단순히 서비스 로봇 제작·납품에 그치지 않고, 직접 로봇 카페 ‘라운지X’를 운영한다. 황 대표는 “라운지X는 우리에게 매장인 동시에 테스트베드”라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환경을 만들어 우리 로봇의 기반이 되는 AI를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라운지X는 서울·판교·세종 등 10여 곳에 매장이 있고, 작년 말까지 10만잔 이상의 커피를 판매했다. 그는 “로봇을 카페에 두면 예상치 못한 수십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다른 기업처럼 로봇을 납품하기만 하면 사후 관리가 쉽지 않다”고 했다.

XYZ의 로봇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연내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고객이 아이스크림 캡슐을 선택해 올려놓으면 로봇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구조인데 캡슐의 종류를 인식하고 잘못 올려지면 바로잡는 등 신기술을 탑재했다”며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MZ세대들도 단순 반복 업무를 꺼리면서, 식음료 업계가 구인난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로봇 업계는 들썩이고 있다. 올 초 삼성전자가 로봇 제조 업체에 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한 것을 포함해 현대자동차, LG전자, 두산로보틱스 등 대기업들도 앞다퉈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는 챗GPT를 비롯한 AI의 발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황 대표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혁신이 로보틱스와 만나면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로봇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며 “챗GPT 혁신으로 영화에서 나오는 것 같은 휴머노이드가 생각보다 빨리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빼앗는다기보다 인간이 더 이상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로봇이 하게 된다는 표현이 맞는다”고 했다. 오히려 AI와 로봇의 진화가 인간 행위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그는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았듯 로봇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일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며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휴게소나 지방의 드라이브스루 카페, 여러 사람에게 빠르게 식사를 전달해야하는 병원 등 로봇이 필요한 분야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