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만나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글을 이미지로 만들어주고, 일상 대화가 가능한 가상 인물을 만들어주는 등 AI 기술이 메타버스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 덕분이다. 글로벌 테크 기업뿐 아니라 국내 통신 업계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AI 챗봇 ‘에이닷’과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를 융합한 ‘아이버스(AI+Universe)’를 개발 중이다. 기존 에이닷은 특정 질문에 저장돼있는 답변만 가능했지만, 이를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만들어 메타버스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KT도 7월 중 자사 메타버스 서비스 ‘지니버스’에 생성형 AI ‘NPC(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를 도입할 계획이다. NPC는 가상현실 속에서 마을 주민, 가게 직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를 말한다. 이 캐릭터에 생성형 AI가 접목되면 이용자와의 대화를 기억할 뿐 아니라 학습도 가능해진다. LG유플러스도 메타버스 서비스에 생성형 AI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메타버스가 내 아바타와 다른 아바타가 교류하는 소셜네트워킹 위주였다면, 이제는 AI와 대화하고 궁금한 내용을 질문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생성형 AI는 메타버스의 가상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핵심 기술”이라며 “단어 몇 개로 원하는 물건을 만들고, 사람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상 캐릭터들이 나를 반겨주는 진정한 ‘나만의 세상’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했다.

AI는 메타버스에 속속 녹아들고 있다. 네이버제트는 ‘제페토’ 이용자가 본인 얼굴 사진을 올리면, AI가 이를 아바타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3D 콘텐츠 제작사 ‘키네틱스’는 이용자가 명령어를 입력하면 아바타가 동작을 구현하는 AI 모션 기술을 개발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이승환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생성형 AI는 메타버스의 제작, 상호작용 방식 변화를 주도하는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업들도 이에 맞는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