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힌턴(토론토대 명예교수), 조슈아 벤지오(몬트리올대 교수),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CEO), 샘 올트먼(오픈AI CEO) 등 인공지능(AI) 업계 리더들이 30일(현지 시각) AI의 위험을 경고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비영리단체인 ‘AI안전센터’는 이날 “AI로 인한 (인간) 멸종 위험을 줄이는 것은, 전염병이나 핵전쟁 같은 다른 사회적 규모의 위험과 함께 전 세계적인 우선순위로 다뤄져야 한다”는 성명을 공개했다.

성명 발표에는 AI 업계 주요 인사 350여 명이 참여했다. AI 연구를 선도하는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 엔지니어들이 대거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KAIST 신진우 석좌교수, 김대식 교수 등이 동참했다. 다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나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빅테크 CEO들은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AI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AI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이 역설적으로 AI의 규제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 16일 미 청문회에서 “AI 기술이 잘못되면 모든 것이 완전히 잘못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도 최근 “AI로 인한 혼돈이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클 수 있다”고 했다. 지난 3월엔 AI의 위험성을 통제하기 위해 첨단 AI 개발을 6개월간 일시 중단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AI 업계에선 최근 AI의 위험성을 상징하는 ‘쇼고스(Shoggoth)’라는 그림<사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AI를 문어 같은 모습에 촉수마다 눈이 달린 괴상한 괴물로 형상화한 것이다. 쇼고스는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 괴물로, AI가 그만큼 기이하고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쇼고스는 소셜미디어(SNS)에 ‘밈(meme·온라인서 유행하는 사진·영상·유행어 등)’의 형태로 퍼지고 있고, AI 업계 종사자들은 쇼고스 그림이 그려진 에코백이나 노트북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쇼고스는 AI를 연구하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창조물에 혼란스러워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강력한 은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