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의 열광적인 인기와 함께 차세대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각광받던 e스포츠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e스포츠는 특정 온라인 게임 종목에서 프로구단·선수들이 겨루는 스포츠로, 게임·동영상 플랫폼·가상 화폐 등 다양한 IT 산업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으로 주목받았다. 전통 스포츠보다 게임이 친숙한 MZ 세대가 몰리면서 2021년 챔피언결정전 기준, e스포츠(리그오브레전드) 시청자는 전 세계 7400만명에 달해 미국 프로농구(1700만명), 프로야구(1400만명)의 4배가 넘었다.

/그래픽=김하경

하지만 최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주요 e스포츠 구단들이 적자를 견디다 못해 구단 매각을 추진하거나, 상장 폐지 위기에 놓여 직원 절반 이상을 해고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e스포츠의 핵심 방송 플랫폼인 아마존 트위치도 창업자를 비롯한 핵심 인력이 퇴사했다. e스포츠 종주국이자 가장 많은 우승팀을 배출한 한국도 대표 구단이 수백억원 적자에 허덕인다.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 시각) “e스포츠 인기가 기업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며 “최근엔 시청자까지 줄어들면서 업계의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구단 정리해고…한국 구단도 적자

지난해 상장한 미국 e스포츠 기업 페이즈클랜은 3월 나스닥의 경고를 받았다. 현재 50센트 수준인 주가가 1달러 이상으로 오르지 않으면 페이즈클랜 주식을 거래소에서 퇴출하겠다는 내용이다. 최근 페이즈클랜은 전체 직원의 약 40%를 해고한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e스포츠 그룹인 TSM도 리그오브레전드 프로팀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팀 매각 수순에 들어갔고, 클라우드9 그룹은 15개 프로팀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7개 팀을 해체했다. e스포츠 구단 매각을 추진 중인 복수의 기업들은 마땅한 매수자가 등장하지 않아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최대 인기 e스포츠 구단인 T1도 비슷한 상황이다. SK스퀘어 계열사 T1은 지난해 매출 238억원에 영업적자가 166억원에 이른다. T1은 2021년에도 적자 21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매출이 반 토막이 났는데, T1 측은 “중국 기업 스폰서십이 감소한 데다, 재계약 광고 계약금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 온라인 송출을 주력으로 하는 아마존의 온라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도 최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에밋 쉬어가 사임하고 지난 3월 직원 수백명을 해고했다. 미국 리그오브레전드 리그(LCS)는 2년째 시청자가 감소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뾰족한 수익 수단 없는 e스포츠

e스포츠 업계에선 종목과 선수·구단의 인기가 회사 매출과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심각하고 보게 있다. e스포츠 종목이 되는 게임을 제공하는 게임 업체가 모든 IP(지식재산권)를 소유하다 보니 특정 팀의 선수가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구단은 게임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데 제약이 있다. 게다가 e스포츠는 야구·축구와 같은 오프라인 스포츠와 달리 경기장이나 부대시설이 없어 추가 수입을 올리는 것도 제한적이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수 연봉, 구단 관리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수익 모델이 없다”며 “게임의 인기만 올라가면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게임 업체가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e스포츠 업계의 반발이 터져나오다 보니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든 미국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e스포츠를 얻는 수익을 구단들과 나누고, e스포츠가 장기적인 산업 성장 동력이 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모든 e스포츠팀이 수익화 방법을 찾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미로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햄스터 신세”라고 평가했다. LCK(한국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리그) 관계자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리그는 시청률이 1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리그 수익도 팀들에게 배분하고 있고, 앞으로도 구단들의 수익 창출을 위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