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처음 써보면, 인공지능(AI)의 답변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언어를 모방해 문장과 글을 생성하는 AI의 특성상 거짓말을 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실한 답변을 왕왕 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AI로부터 똑똑한 답변을 이끌어내려면, 원하는 걸 정확히 얻을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 컴퓨터공학에선 컴퓨터에 내리는 이런 명령을 ‘프롬프트(prompt)’라고 한다.

실제로 최근 전 세계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마켓’ 열풍이 불고 있다. IT 전문 매체 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프롬프트 베이스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선 적게는 3달러, 많게는 30달러 이상에 프롬프트가 거래된다. 프로그램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AI에 내릴 명령어와 명령을 내리는 노하우를 사고파는 것이다. 짧게는 5~6문장, 길게는 10문장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선 챗GPT용을 비롯해 그림을 그려주는 미드저니, 달리 등 각종 AI를 위한 프롬프트 수천개가 거래된다. 프롬프트 베이스에서 거래되는 상위 프롬프트 10개 중 4개는 마케팅, 광고와 관련된 것이었다. 더 인포메이션은 “상위 개발자는 프롬프트로 한 달에 수백만원의 수입을 거둔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 ‘프롬프트 타운’이란 첫 거래 사이트가 문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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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보다 영어로, 질문은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실제로 프롬프트 베이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롬프트를 3달러에 구매하자, 그 안에는 AI에 역할을 부여하는 노하우와 명령어가 담겨 있었다. 총 7문장에 달하는 명령어 중간에 필요한 질문 내용을 넣고, 챗GPT 대화창에 올리면 된다. 예컨대 경복궁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 역사적 배경이 궁금한 경우 ‘act as a historian(역사학자로서)’이란 내용을 명령어 중간에 넣고, 관광 목적일 경우에는 ‘act as a tour guide(관광가이드로서)’라고 입력하면 된다. 영어 문구를 교정하고 싶을 때도 ‘act as an English teacher(영어 교사로서)’라고 입력하면 문법이나 어휘 오류를 잡기에 좋다. AI가 충분한 답을 해줄 수 있도록 특정 분야 전문가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프롬프트 전문가들은 챗GPT에서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선 한국어보다는 영어로 질문하고, 문장은 구체적이고 간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4를 판매할 홍보 문구를 작성해줘’라고 명령하기보다는 ‘홍보 문구를 100자 이내로, 핵심 메시지는 3개로 꼽아줘’라고 하는 식이다. 여기에 ‘인스타그램용’이라는 주문까지 넣을 경우 ‘#삼성#모바일체험’ 같은 해시태그 문구도 받을 수 있다.

◇AI에 질문만 잘하면 연봉 4억?

최근엔 프롬프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란 직업도 떠오르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AI가 내놓을 수 있도록, 최적의 질문을 찾는 직업을 말한다. 타임지는 “최근 글로벌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에서 생성AI를 언급한 채용 공고가 작년에 비해 36배 증가했다”며 “AI 도구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작업자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최대 500만원이 드는 온라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강의에 4개월 새 2000명이 넘게 몰리기도 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몸값이 수억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구글 자회사 앤스로픽이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최대 4억4000만원의 연봉을 제시한 데 이어 미국의 AI 기업, 컨설팅 기업들도 3억원의 연봉을 부르고 있다. 국내 기업 뤼튼테크놀로지도 연봉 1억원을 걸고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에겐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AI 스타트업 ‘라이너’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업무를 하는 허훈씨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잘한다는 건 많은 명령어를 넣지 않아도 필요한 문제를 광범위하게 해결하는 것”이라며 “코딩 능력보다는 언어적 센스와 창의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2021년 자료까지 학습한 챗GPT에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야?’라고 물으면 윤석열 대통령 대신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답한다. 허씨는 “이때 단순히 ‘현재 한국 대통령은 윤석열이라고 대답하라’고 입력하면 단 한 개의 오류만 해결할 수 있지만, ‘현재란 질문을 들었을 때는 사용자의 로컬(local) 시간을 인식하고, 필요하면 검색 엔진을 이용해 대답하라’고 명령하면 비슷한 오류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프롬프트 엔지니어 열풍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프롬프트 전문 지식이 쓰이는 분야가 제한적이고, 엔지니어들의 AI에 대한 이해도가 점차 높아질수록 프롬프트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것이란 이유다. 챗GPT를 만든 오픈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5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의 빠른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보다 나은 프롬프트를 만드는 AI까지 나올지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