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만든 카카오톡 기반 챗봇 ‘아숙업(AskUp)’은 지난 5일 출시 이후 나흘 만에 이용자 수 4만명을 돌파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챗봇AI 챗GPT는 오픈AI의 영문 웹사이트에서만 사용 가능하지만, 아숙업은 이를 카카오톡으로 불러와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추가로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을 활용해 카카오톡에 문서 사진을 찍어 올리면 문서를 요약해 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업스테이지 창업자 김성훈 대표가 개발해 무료로 출시했다. 김 대표는 “오픈AI가 챗GPT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개한 덕분”이라며 “이달 안에 챗GPT 기반 서비스가 수백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를 기반으로 한 ‘AI 서비스’가 무서운 속도로 쏟아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챗GPT를 기반으로 만든 AI챗봇 서비스만 해도 AI 여행가이드(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 AI 건강관련챗봇 비서(굿닥), AI 연말정산 세무도우미(삼쩜삼·올거나이즈), AI 코딩도우미(엘리스) 등 수십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를 비롯해 쇼피파이(전자상거래), 스냅(메신저) 등 미국의 대형 테크 기업들도 챗GPT를 기반으로 AI를 만들어 자사 제품에 탑재했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AI가 확산되는 이유는 오픈AI·구글·메타 같은 테크 기업들이 AI 모델의 API를 공개해, 더 많은 기업들이 자사 AI를 쓰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생태계' 선점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본격적인 API 생태계 경쟁 시작

API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외부 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는 일종의 레고 블록을 뜻한다. 예컨대 기상청이 공개하는 날씨 API를 받아다가 날씨 앱을 만들 수 있고, 챗GPT의 API를 활용해 다양한 AI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서로 다른 API를 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스타트업인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의 AI여행플래너는 챗GPT와 독일 딥엘사의 번역AI ‘딥엘(DeepL)’ API를 결합해, 여행 계획과 상품을 추천해준다. 해외 여행에 필요한 숙소나 코스 추천을 부탁하면 챗GPT가 검색을 한 다음, 번역AI가 영어 검색 결과를 한글로 번역해 주는 것이다.

API 공개에 가장 앞선 곳은 챗GPT를 내놓은 오픈AI다. 오픈AI는 챗GPT 출시 전부터 API를 공개해 왔고, 지난 1일(현지 시각) 챗GPT의 기반이 되는 최신형 AI ‘GPT 3.5 터보’ API를 유료로 공개했다. 새 버전에는 대화 맥락을 분석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발빠르게 추격 중이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지난달 24일 새로운 초거대 AI ‘라마(LLaMA)’를 출시하면서 연구용 API를 무료 공개했다. 구글도 AI챗봇 ‘바드’의 API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 모델 개발 경쟁을 넘어 이제는 본격적인 생태계 경쟁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다른 기업에 자사 AI를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공개해 더 큰 생태계를 만드는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긴장하는 네이버와 카카오

자체 초거대 AI를 보유한 네이버와 카카오도 API 보급과 사용처 확대를 두고 고심하고 있지만, 해외 AI의 빠른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네이버가 개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는 국내 500여 스타트업의 마케팅 AI·기업용 챗봇 등에 적용됐고, 카카오브레인도 AI 화가 ‘칼로’의 API와 한국어 최적화 AI 모델 코GPT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 국내 스타트업들의 소규모 서비스에 적용된 것이 대부분이라 사용자 저변이 넓지 않다. 또 한국어 중심이라 글로벌 경쟁에서는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AI 간담회에서 “글로벌 기업이 처음에는 우리를 지원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중에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며 “지금 AI 개발 속도를 늦추면 결국 시장이 글로벌 기업들에 잠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외부 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는, 일종의 레고 블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예컨대 기상청의 날씨 API, 챗GPT의 API를 블록처럼 가져다가 결합해 날씨 정보, AI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