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반대로 KT 차기 CEO(최고경영자) 선정이 안갯속에 빠진 가운데 KT 이사회가 7일 예정대로 대표이사후보심사위를 열고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할 최종 CEO 후보 1명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져온 KT의 차기 CEO를 둘러싼 논란이 오는 30일 또는 31일 열릴 KT 주주총회에서 찬반 표 대결로 일단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이사회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의 후보 면접 결과를 토대로 7일 당일 또는 늦어도 8일까지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할 것”이라며 “설사 주총에서 이사회가 올린 최종 후보 안(案)이 부결된다고 해도 지금으로선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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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총 표대결 불가피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는 7일 오후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과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현직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과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KT 안팎에선 최근 여당 의원들이 이들에 대해 “(KT 출신)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만큼 KT 이사회의 심사 연기설도 나돌았지만, KT는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구현모 현 대표의 임기가 이달로 끝나기 때문에 30일 또는 31일에는 차기 CEO 선임을 위한 주총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상법상 차기 CEO 후보 등 주총 안건을 안내하는 서한을 모든 주주에게 주총 2주 전 서면으로 보내도록 돼 있다”면서 “KT 지분의 약 44%를 갖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에게 기한에 맞춰 서한을 보내려면 더 이상 후보 선정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또다른 KT 관계자는 “외국 주주들이 주총 안건 서한을 제때 받지 못하면 자칫 주주 권리 침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주총에서 CEO 후보를 두고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 KT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해온 만큼, 이미 압축 후보 4명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낸 여권과 같은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과 3대 주주인 신한은행(5.58%)의 경우, KT와 지분 맞교환과 같은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했지만 정부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찬성표를 던지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외국인 지분과 소액주주다. 1~3대 주주의 지분이 23.72%이지만 KT의 외국인 지분은 이보다 많은 약 40%(작년 말 기준)이다. 소액주주 지분 역시 57%를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주가가 한때 최고 90%까지 상승해 현 경영진에 대한 외국인 주주들과 소액 주주들의 평가는 좋은 편”이라며 “이들이 KT이사회가 선정한 CEO 후보를 지지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사외이사 사퇴 ‘뒤숭숭’

비록 KT가 예정대로 CEO 후보 선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KT 안팎 분위기는 계속 뒤숭숭하다. 6일에는 사외 이사 중 한 명인 벤자민 홍 이사(전 라이나생명보험 대표)가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선임된 홍 이사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였다. 사의 이유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신업계에선 “차기 CEO 선정을 놓고 이사회가 여권과 계속 부딪치는 듯한 상황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7일 면접이 예정된 압축 후보 4명의 일괄 후보 사퇴설도 나돌고 있다.

또 설사 이달 말 주총에서 KT 이사회가 택한 최종 CEO 후보가 통과하더라도 새 CEO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통신은 대표적인 정부 규제 산업인 만큼 여권과 불편한 관계 속에서는 제대로 경영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만약 이달 말 주총에서 최종 CEO 후보 안건이 부결된다면 이사회는 다시 원점에서 CEO 선출을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