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따른 거시 경제 악화와 수요 둔화로 미 빅테크들의 실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실적 악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작년 4분기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매출 성장률이 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4분기 연속 전년 대비 순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겨우 적자 전환을 면했고, 그동안 매 분기 굳건한 실적을 보였던 애플도 전년 대비 매출과 순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처참한 성적표를 내민 빅테크들은 효율화를 내걸고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구글·아마존·메타·MS가 각각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1만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높은 연봉, 호화로운 사무실, 무료 셔틀버스와 세탁 서비스까지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던 실리콘밸리에 변화가 찾아왔다”고 했다.

◇최악의 성적표 받아 든 미 빅테크

2일(현지 시각) 애플은 작년 4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5.5% 감소한 1171억5400만달러(약 144조400억원), 순이익이 같은 기간 13.3% 감소한 299억9800만달러(약 36조8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이고,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이다. 작년 4분기 아이폰 매출은 1년 전보다 8.2% 감소했고, 맥 컴퓨터 매출도 28.7% 급감했다.

애플 실적 추락 원인은 중국 코로나 봉쇄로 인한 생산 차질, 달러 강세에 따른 환손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등 3가지가 거론된다. 특히 작년 4분기 중국 내 공장 봉쇄에 따른 생산 차질로 연말 쇼핑 시즌을 날린 게 결정적이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중국에 큰 구멍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빅테크도 마찬가지다. 알파벳은 작년 4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 증가한 760억4800만달러, 순이익이 34% 급감한 136억2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유튜브 광고 수익이 1년 전보다 7.8% 감소하는 등 주요 수익원인 광고 매출이 1년 전보다 3.6% 줄었다. 아마존은 작년 4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8.6%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98% 폭락한 2억7800만달러에 그쳤다. 주력인 전자상거래 매출이 줄었고, 클라우드(가상 서버) 사업 성장률이 20%에 그치면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도 작년 4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각각 12%, 55% 감소했다.

◇효율화 내걸고 허리띠 졸라매기

빅테크들은 실적 부진이 올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아마존은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를 시장 예상을 밑도는 1210억~1260억달러로 제시했다. MS도 매출 목표치를 시장 예상치(520억달러)에 못 미치는 505억~515억달러로 제시했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모든 사람이 소비를 줄이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며 “실적 개선에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빅테크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 구글의 알파벳은 올 1분기 19억~23억달러를 들여 1만2000명에 달하는 직원 정리 해고를 마무리하고 사무 공간도 축소하기로 했다. 메타는 비어 있는 사무실 임차 종료, 차세대 데이터 센터 건립 계획 연기 등을 통해 올해 비용 지출을 기존 계획보다 50억달러 줄이기로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더 강력하고 민첩한 조직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올해는 효율성의 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