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한다.”

최근 만난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인 창업자의 특징 중 하나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미 실리콘밸리에서 한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유명 인사다.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92학번인 이 대표는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실리콘밸리에서 홈페이지 제작 사업, 중고 물품 거래 플랫폼 사업,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하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2014년부터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고, 2018년부터는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라는 벤처캐피털(VC)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한인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투자 원칙으로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에만 투자한다’는 것을 내세운다. 단순히 애국심 때문은 아니다. 그는 “미국에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보면서 한국 사람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다”며 “최상급 머리를 가졌고, 교육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성실하다. 거기에 올인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30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폐업한 곳이 한 곳도 없다”며 “그만큼 한인 스타트업들은 상황이 안 좋아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인 특유의 빠른 일 처리도 강점으로 꼽는다. 휴일에는 연락이 안 되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한인 스타트업은 문제가 생기면 즉시 대응한다. 이 대표는 “미국 기업들이 이런 점 때문에 한국 업체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네트워크는 한인 스타트업 창업자의 약점이다. 부족한 영어 실력도 창업자와 투자자의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이 대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인 창업 커뮤니티인 ‘82스타트업’을 만들었다. 한인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은 초기에 한인 창업자와 한인 투자자를 이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인이 창업한 회사에만 투자하는 VC가 20개가 넘는다”며 “한국인들끼리 뭉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인 스타트업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3년 전부터는 미국 내 한인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에서 한인 유니콘이 20개 이상 나오고, 100조원 가치의 기업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