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AR VR용 디스플레이 브랜드 올레도스 상상도 /LG디스플레이

애플이 내년 초 사상 첫 VR(가상현실) 기기를 출시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에 들어갔다. 그간 디스플레이 업계의 주력이었던 스마트폰, TV 산업이 모두 부진에 빠진 가운데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용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AR(증강현실)·VR 기기에는 새끼 손톱만 한 ‘마이크로 LED’가 탑재된다. 화면 대각선 길이가 1인치 이하인 디스플레이로, 안경이나 스키 고글 같은 기기를 썼을 때 눈에 피로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초고해상도를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중국에 내준 상태다. 중국발 LCD(액정표시장치) 저가 공세에 삼성, LG는 관련 사업을 철수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41.5%의 점유율로 17년 만에 한국을 추월했고, 올해도 43%의 점유율로 2년 연속 세계 1위를 수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 추격도 거세다. 2016년 1%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OLED 분야의 점유율은 지난해 16.6%까지 뛰어올랐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2~3년 수준”이라며 “기술 격차를 바탕으로 새 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LG, 메타버스 시장 공략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에 새롭게 떠오르는 먹거리는 ‘메타버스 시장’이다. 지난달 말 페이스북 모 회사인 메타의 임원들은 방한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찾았다. 이들은 양사와 VR·AR(가상·증강현실) 기기에 들어가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성장 잠재력이 크고, 수요가 높은 메타버스 시장을 겨냥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올레도스(OLEDoS, OLED on Silicon)’란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를 유리 기판이 아닌 실리콘 웨이퍼 위에 증착해 화소를 더 촘촘하게 배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일 “메타버스 단말기는 스마트폰 다음으로 강력한 전자기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핵심 디바이스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애플의 VR 기기에는 일단 일본 소니가 마이크로 LED를 공급하지만, 업계에선 차세대 제품부터는 삼성·LG가 공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저전력 OLED, 차량용 등 고부가 시장 주력

기존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도 저전력 신기술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 프로 시리즈, 갤럭시S 시리즈에 들어가는 저전력 OLED 패널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저전력 OLED는 소비자 사용 환경에 맞춰 화면 주사율을 10Hz(헤르츠)에서 120Hz까지 조절하는 기술이 담긴 디스플레이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화면이 부드러워지지만 전력 소모가 많은데, 주사율을 조절해 전력 사용량을 줄인 제품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은 더 이상 배터리 크기를 키우기 어려워 화면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9월 나온 신작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에 저전력 OLED 화면을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발주한 전체 1억2000만대 패널 중 2000만대를 LG가 공급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투명 OLED 등 미래 먹거리도 한국 기업들이 주력하는 분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