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가상 화폐 규제 입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3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인 와중에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국회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창현 의원(국민의 힘)은 지난 14일 금융위, 가상 자산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가상 화폐 규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윤 의원은 가상 자산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골자로 한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지난 10일 가상 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 방안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상 자산 시장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에만 해도 가상 자산 규제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했지만 올 들어 사건·사고가 계속 터지면서 규제 도입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과 백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두 법안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를 대폭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블록체인, 암호 화폐 관련 사건을 다뤄온 한 변호사는 “윤 의원의 법안은 자본시장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수준의 규제와 처벌 조항을 디지털 자산에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며 “가상 자산을 자본시장법상 증권과 동등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백 의원의 법안은 가상 자산 사업자가 자기 소유와 이용자의 가상 자산을 분리 보관하고, 해킹·전산 장애와 같은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이용자 보호 조치가 포함됐다.

두 법안은 강력한 처벌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윤 의원 법안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백 의원의 법안은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금액에 따라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가상 자산 업계에선 “규제는 필요하지만 신생 산업에 기존 금융 시장에 적용하던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게 적정한지는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국이 투자자 보호 명분으로 과잉 규제하면 오히려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가상 자산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상 자산 업계 관계자는 “두 법안은 가상 자산을 정의하는 범위가 너무 넓다”며 “특히 가상 자산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증권 규제 부서인 금융위원회가 모두 관장하도록 한 부분은 금융위에 과도한 권한을 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