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메타버스 서비스 '호라이즌 월드'. /메타 제공

메타(옛 페이스북)가 매 분기 수조원을 쏟아부으며 개발 중인 메타버스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구축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초반 성장세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의 주주인 미 실리콘밸리 투자사가 메타에게 메타버스 투자를 줄이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각) 브래드 거스트너 알티미터 캐피털 CEO(최고경영자)는 메타에 공개 서한을 보내 “인력의 20%를 줄이고 메타버스 투자를 연 50억달러 이하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알티미터 캐피털은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투자사로 지난 6월말 기준 메타 주식을 200만주 보유한 주주다. 평가금액은 2억6000만달러(3749억원)다.

거스트너 CEO는 서한에서 “메타는 세계 최고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투자자, 직원, 기술 커뮤니티와 다시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며 “메타는 건강해지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약 1000억달러(144조원) 이상의 투자는 실리콘밸리 기준으로도 거대하고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메타가 추진하는 메타버스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업계는 받아들였다. CNBC는 “거스트너의 주장은 메타의 메타버스를 향한 야망에 대한 불신임 투표”라고 보도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 /메타

◇지지부진한 메타버스

메타는 메타버스 구축에 1년간 100억달러(14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메타는 자체 메타버스인 ‘호라이즌 월드’를 출시하고, 지난 11일엔 새로운 고급 VR(가상현실) 기기인 퀘스트 프로를 내놨다. 하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메타 내부 문건을 입수해, “메타의 VR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작년 말 오픈한 호라이즌 월드에서 월 활성이용자 목표치를 올해 말까지 50만명으로 잡았지만, 최근 28만명으로 크게 낮췄다. 현재 월 활성이용자는 20만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메타 본사. /김성민 기자

특히 대부분의 접속자가 방문 첫 달이 지난 뒤 다시는 이 앱에 돌아오지 않고, 이용자는 지난 봄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보니 별 게 없어서 더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호라이즌 월드는 이용자들이 아바타가 돼 가상공간에서 쇼핑, 커뮤니티, 업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세계이지만 이용자가 적어 썰렁한 느낌”이라며 “호라이즌 월드에 만들어진 공간 중 50명 이상이 방문한 곳은 전체의 9%에 불과하다”고 했다.

다른 업체들이 개발한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메타버스 디센트럴랜드와 샌드박스의 일간 활성이용자는 각각 650명, 522명에 불과하다. 두 메타버스 플랫폼은 초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인기가 급랭한 것이다. 코인데스크는 “메타버스가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많은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지만, 대대적으로 활용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AFP 연합뉴스

◇거세지는 저커버그 책임론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메타버스가 대중성을 갖는데 현재까진 실패하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페이스북은 광고 매출 감소, 사용자 증가세 둔화가 겹치며 주가가 연초보다 61.7% 폭락했다. 시장에서는 올 3분기 메타의 실적도 1년 전보다 5.3% 감소한 274억8000만달러, 주당순이익은 전년보다 40% 감소한 1.9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들은 저커버그에게 “메타버스 실험을 중단하라”고 요구 중이다.

메타 내부에서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메타 고위 임원은 뉴욕타임스에 “메타버스 구축에 쏟은 지출 금액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올인 전략’이 현재 메타가 처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 직원 절반 정도는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야망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익명 소셜 네트워크 블라인드가 1000명의 메타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중 58%만이 회사의 메타버스 전략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내부에서는 주요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MMH(Make Mark Happy·저커버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로 부른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일각에선 저커버그가 메타를 떠나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별도 조직을 꾸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사이더는 최근 “저커버그가 물러날 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저커버그가 메타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자신의 비전인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스타트업을 시작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사이더는 “메타는 수익성이 높은 2개의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저커버그는 이 문제 해결에 거의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가 떠나는 것이 메타 제국을 살리는 유일한 방안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