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말 세일이 예년보다 일찍 시작하고, 할인 폭도 커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재고가 급증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이를 처리하기 위해 세일을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 로고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형마트 월마트와 타깃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이달 초 시작했다. 예년에는 11월부터 시작하던 연말 세일을 3주나 앞당긴 것이다. 1년에 한 번 유료회원 대상 ‘프라임데이’라는 대규모 세일 행사를 여는 아마존은 지난 7월에 이어 지난 11~12일에 프라임데이를 한 번 더 열었다. 아마존이 프라임데이를 한 해 두 번 여는 것은 처음이다.

세일 할인 폭도 예년에 비해 커진다. 마케팅 분석 웹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미국 소비자들이 올 연말 세일 기간 동안 컴퓨터 32%, 전자제품 27%, 장난감 22%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자제품의 할인율이 평균 8%였던 것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할인율이 크게 증가한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위축되자 기업들이 수익을 줄여서라도 늘어난 재고를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할인 폭이 커진 것은 늘어난 재고가 주요 원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미 소매업계 재고가 급증했다”고 했다. 팬데믹 초기에 정부 지원금으로 가전제품이나 의류를 사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결과다. 나이키는 올 회계연도 1분기(6~8월) 재고 자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늘어났고, 월마트의 1분기 재고 자산도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세계 최대 가전 유통 업체 베스트바이의 올해 1분기 재고 회전 일수(보유한 재고가 팔리기까지 걸리는 시간)는 74일로 예년의 60일보다 길어졌다. 가전 수요가 줄어든 바람에 베스트바이는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상위 5대 매출처에서 거의 2년(7분기) 만에 이름이 빠졌다. 베스트바이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매번 핵심 매출처로 이름을 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