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선행 기술 개발과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불황기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확실히 벌리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5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과 테크 데이를 갖고 신기술 개발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 능력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세부 계획을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잡기 위해 초미세 공정인 1.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을 2027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양산에 적용한 삼성전자는 1.4나노 공정도 조기 도입을 통해 다시 한번 TSMC를 기술력으로 제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공정에선 나노 공정 숫자가 낮아질수록 반도체 전력 효율이 좋아지고 성능이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또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올해보다 3배 이상 확대해 시장점유율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전력 효율과 성능을 개선한 차세대 D램과 경쟁사 제품보다 월등한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내년에 경쟁사보다 앞선 5세대 10나노급 D램을 출시하겠다고 했고, 2030년엔 1000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력 제품에 비해 5배나 집적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또 자율주행 시스템이 접목되며 시장이 팽창하는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2025년 1위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IT 기기 판매가 줄며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감산을 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마이크론, 일본의 키옥시아가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것과 대비된다. 불황기를 이용해 후발 주자와 격차를 더 벌릴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