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에 연사로 나선 전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 /바이낸스
지난 15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에 연사로 나선 전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 /바이낸스

“현역 시절에는 사인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팬들과 소통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웹3 공간에서 NFT(대체불가능토큰)를 통해 새로운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스포츠 스타와 예술가들이 웹3 산업에 뛰어들지 않을까요.”

지난 15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프랑스 파리에서 연 가상화폐 콘퍼런스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 무대에 전직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35)가 등장했다. 32세 젊은 나이에 은퇴해 사업가로 변신한 샤라포바는 “많은 스포츠 스타와 예술가들이 블록체인과 웹3로 팬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엔 전 NBA(미 프로농구) 스타인 토니 파커와 프랑스의 화가, 작곡가 등이 참석해 ‘웹3 예찬론’을 펼쳤다. 프랑스 화가인 줄리엔 두릭스는 “과거엔 내 작품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몰랐다”며 “이제는 블록체인을 통해 내 작품을 누가 사고, 어디로 가는지를 다 알 수 있다”고 했다.

‘넥스트 인터넷’으로 여겨지는 웹3가 조금씩 세상을 바꿔 나가며, 이를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바이낸스·두나무 같은 가상화폐 사업자는 물론이고, 게임사와 IT(정보기술) 기업들도 웹3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개발에 본격 착수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한 가상화폐 콘퍼런스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 행사 때 참석자들이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회의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 이번 행사에선 넥스트 인터넷으로 불리는 '웹3'가 주요 화두였다. /바이낸스

◇‘웹3’가 바꾸는 세상

‘웹3’란 개념은 1998년 등장했지만, 아직 대중에겐 생소하다. PC통신처럼 게시판을 단순히 ‘읽는’ 방식이 웹1, 구글·네이버 같은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방식의 인터넷이 웹2다. 웹3는 여기에 ‘소유’가 추가된 형태를 뜻한다.

웹3 안에선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개개인이 곧바로 인터넷으로 연결돼 콘텐츠를 주고 대가를 받는다. 콘텐츠는 NFT 형식으로 공급하고, 대가는 가상화폐로 지급하는 식이다. 웹3 예찬론자들은 인터넷 이용자가 생산하는 데이터를 구글·메타·네이버 같은 플랫폼이 독점한다고 주장한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창업자는 본지 인터뷰에서 “웹3는 블록체인 그 자체로, 우리가 거래하고 결제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게임 개발자는 대형 게임사를 통해 유통하지 않아도 돼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스포츠 스타와 예술가들도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이용자들에게 작품을 팔 수 있다”고 했다. 바이낸스는 이번 행사에서 웹3를 접목한 게임·음악·미술·교육 등 여러 서비스를 선보였다.

◇“넥스트 인터넷” vs “실체 없는 마케팅 용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올 초 BTS 소속사 하이브와 함께 ‘레벨스’란 합작사를 미국에 설립하고, 가수 팬덤 기반의 웹3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들은 NFT를 발행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웹3 커뮤니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디카르고는 화주와 고객을 연결하는 웹3 기반 물류 매칭 플랫폼을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다.

돈도 몰리고 있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FTX는 올 초 웹3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20억달러(약 2조841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바이낸스도 지난 6월 5억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웹3 기업 발굴에 나섰다. 국내 가상화폐 위탁 운용사 하이퍼리즘도 지난 5월 1400억원 규모 웹3 펀드를 결성했다.

웹3에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가상화폐 예찬론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웹3는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가깝다”고 했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도 “일부 투자자만 돈을 벌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 시세 하락으로 NFT 거래량이 작년 대비 10분의 1토막 난 것 역시 악재다.

☞웹3(Web 3.0)

이용자가 직접 데이터의 소유권을 갖고, 정보를 유통하는 인터넷 방식을 말한다. PC통신처럼 게시판을 단순히 ‘읽는’ 방식이 웹1, 구글·네이버 같은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방식의 인터넷이 웹2다. 웹3는 여기에 ‘소유’가 추가된 형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블록체인, 콘텐츠·정보를 거래하기 위한 가상화폐 시스템 도입이 필수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