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다음 달 반도체 설계 기업 ARM 관련 논의를 위해 만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IT(정보기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1일 해외 출장 귀국길에서 “다음 달 손정의 회장이 서울로 온다. 그때 (ARM 관련) 제안을 할 것 같은데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했고,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은 이날 “삼성전자와 자회사 ARM 관련 전략적 협력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모회사인 영국 ARM은 퀄컴, 인텔 등 전 세계 반도체 기업에 ‘설계 도면’을 제공하는 핵심 기술 기업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90%가량이 ARM의 기초 설계로 만든 반도체를 탑재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0년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ARM을 400억달러(약 56조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지만,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올 초 결국 무산됐다. 이후 ARM을 연내 상장하겠다고 방향을 틀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에 대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손 회장에겐 그의 투자 중 핵심인 ARM의 사업 확장이 최우선 과제”라며 “세계 기술주(株) 침체로 소프트뱅크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3년 만에 직접 방한하는 손 회장은 ARM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삼성과의 거래를 희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에선 각국의 독과점 규제와 기존 반도체 거래선들과의 이해 충돌 문제로 삼성전자가 ARM을 직접 인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모바일 반도체 설계와 관련해 ARM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각국 기업들이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가 ARM을 소유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또 소프트뱅크는 ARM의 몸값을 600억달러(약 85조원)로 보고 있지만, 정작 핵심 사업인 중국 법인 ‘ARM차이나’를 사실상 중국 정부에 뺏긴 상황에서 기업 가치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삼성이 ARM 설계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일부 지분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