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로 유명한 신일전자는 이달 초 ‘아쿠아 청소기’를 출시했다. 건식·습식·물걸레 기능을 갖췄고, 사용 후에는 자동 세척 버튼을 눌러 1분 안에 세척이 가능한 제품이다. 지난달에는 ‘스테인리스 제빙기’와 세탁물을 빠르게 탈수할 수 있는 ‘고속 탈수기’를 내놨다. 소비자들 사이에 굳어진 ‘신일전자=선풍기’라는 관념을 깨고 다양한 가전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김치냉장고 명가 위니아가 올해 들어 출시한 8종의 신제품 가운데 김치냉장고는 1개뿐이다. 나머지는 건조기·압력밥솥·에어컨·냉장고·냉동고·제습기 같은 새 품목들이다. 앞서 지난 3월 회사 이름을 ‘위니아딤채’에서 ‘위니아’로 바꿨다. 김치냉장고 브랜드 ‘딤채’를 사명에서 떼고 종합 가전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변화였다.

수십년간 간판 품목 하나로 명성을 일궈온 신일전자(선풍기)·위니아(김치냉장고) 같은 한 우물 중소 가전기업들이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분야를 넓히며 종합 가전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기존에 집중했던 특정 품목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1인용 건조기나 음식물 처리기, 서큘레이터 등 새로운 가전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는 데다, 제품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여서 전문 가전 업체들도 제품 다각화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제품 1개로는 안 돼” 품목 다양화, 기능도 1인 가구 저격

밥솥 명가로 통하는 쿠쿠도 생산 품목을 다양화하는 흐름을 타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쿠쿠전자는 반려동물 가전 브랜드 ‘넬로’에 최근 힘을 싣고 있다. 바람을 내뿜어 털 속의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펫 에어샤워·드라이룸’, 깨끗한 물을 줄 수 있는 급수기 등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처음 출시된 넬로 브랜드 판매량은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93% 성장률을 보였다.

착즙기·원액기 전문 업체로 유명한 휴롬은 올 들어 에어서큘레이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에어프라이어 오븐 같은 새 품목을 잇따라 출시했다. 제습기·공기청정기가 전공인 위닉스는 지난 4월 처음으로 무선 서큘레이터를 내놨다.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도 진공 쌀통, 음식물쓰레기 냉장고 등을 선보였다.

가전제품에 젊은 세대의 기호를 반영한 기능을 탑재하는 것도 필수다. 위니아가 지난달 말 출시한 김치냉장고 신제품 ‘딤채 2023년형’에는 과일주·과일청 숙성, 밀키트 보관 기능이 적용됐다. 위닉스는 세탁량이 적거나 세탁 공간이 좁은 1인 가구를 위한 ‘컴팩트건조기 4㎏’을 지난달 말 출시했다. ‘스피드 건조’ 기능을 사용하면 급하게 입어야 하거나 매일 나오는 소량의 빨래를 50분 이내에 빠르게 건조할 수 있다.

휴롬의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는 음식물쓰레기를 가루로 만들어 쉽게 처리할 수 있고 배수통을 없애 악취도 줄였다. 안마의자 업체 세라젬의 물걸레 로봇청소기는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물걸레질까지 할 수 있다.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 ‘명가’ 이미지 강하면 큰 효과 없을 수도

일부 업체들은 이런 종합 가전화 전략으로 성공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위니아는 지난해 김치냉장고·밥솥 등 미식 가전 매출이 4100억원, 주방·생활가전이 3000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미식가전이 920억원, 주방·생활가전이 1417억원으로 비중이 역전됐다.

반면 특정 제품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경우 오히려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신일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 78%가 여전히 선풍기에서 나왔다. 다양한 품목에서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결국 선풍기에 매출 비중이 쏠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