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 오포는 지난 7월 중국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2022~2023년, 2023~2024년 시즌까지 2년 계약이다. 이를 통해 오포는 핵심 대회인 챔피언스 리그에 더해 UEFA 수퍼컵·UEFA 풋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UEFA 청소년 리그 결승전도 후원한다. UEFA는 “중간 광고, 방송 배경 및 UEFA 공식 디지털 채널에 오포가 노출될 것”이라고 했다. 오포는 이미 글로벌 스포츠 대회 ‘큰손’으로 꼽힌다. 국제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인 롤랑 가로스와 윔블던의 공식 후원사다. 윔블던의 경우 아시아 기업이 후원을 맡은 건 오포가 처음이다.

중국의 주요 테크 기업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국제 스포츠 대회의 메인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또 유명 스포츠 스타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기도 한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중국 내 소비자를 유치하고,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스포츠 대회 후원 나선 中 기업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는 중국 업체 중 유일하게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톱 스폰서로 2024년 올림픽까지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중국 가전 업체 TCL은 지난 6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 페드리(FC바르셀로나), 라파엘 바란(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 필 포든(맨체스터시티FC) 등 4명의 세계 일류 축구선수를 ‘TCL 브랜드 홍보 대사’로 내세웠다. TCL은 국제농구연맹(FIBA)도 후원해왔다.

중국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은 2010년대부터 활발하게 이어져 왔다. 중국이나 아시아권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유럽 등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가 주된 공략 대상이다. 알리바바 계열사 알리페이는 챔피언스 리그를 제외한 UEFA 소속 남자 국가대표팀 경기를 2018년부터 2026년까지 후원한다. 코로나로 한 해 순연돼 지난해 열린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선 소셜미디어 틱톡, 가전 업체 하이센스, 스마트폰 업체 비보도 스폰서로 참여했다. 주류 업체 루저우라오자오는 2019년부터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호주오픈을 후원하고 있다. 11월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비보, 하이센스, 멍뉴(유제품), 완다(부동산)가 스폰서로 나선다. 틱톡은 올해 초 유럽에서 매년 열리는 럭비 국가대항전인 ‘식스 네이션스 컵’의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해외서 브랜드 인지도 높이려는 전략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스포츠 대회 후원에 앞다퉈 나서는 중국 내에서 이들 스포츠에 대한 인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구단 아스널 FC는 2억명의 중국 팬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영국 전체 인구(약 6840만명)의 3배 수준이다. 이들 역시 한국의 해외 축구 팬들처럼 다양한 채널로 현지 경기를 보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중국 업체들의 광고가 점점 느는 것이다.

또 중국 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2000년대에 삼성전자가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첼시, LG전자가 아스널과 풀럼을 후원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는데 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실제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60%를 차지했지만, 3~5위는 샤오미·오포·리얼미 등 중국 업체들이다. 이들의 점유율을 합치면 24%로 애플(25%)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에서도 1·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TCL과 하이센스가 각각 점유율 8.7%, 8.2%로 3~4위였다. 업계에선 2~3년 이내에 TCL의 TV 출하량이 LG전자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의 BBC는 지난해 유로 2020 축구 경기의 중국 테크 기업 후원을 조명한 보도에서 “내수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중국 기업들에 유럽은 점점 더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