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P연합뉴스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이 49년 동안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해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가운데, 구글·메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낙태 희망자를 보호하라는 잇따른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는 650명 이상의 구글 직원들로 구성된 알파벳 노동조합이 구글 측에 청원서를 보내고, 정규직에 제공하던 낙태 지원책을 계약직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알파벳은 직원 보호를 위해, 낙태를 금지하는 주에 거주하는 직원이 낙태를 원할 경우 다른 주로의 이동과 의료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이 지원은 17만 구글 정규직에게만 지원되는데 알파벳 노조가 이를 확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구글엔 약 10만명의 계약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벳 노조는 또 회사 측에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미 정치인에 대한 기부를 중지하고, 낙태 관련 허위 정보를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구글맵에 ‘낙태 시설’을 치면 ‘위기 임신센터’가 나오는 등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 노조는 또 무엇보다 낙태 관련 사용자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사용자가 구글에서 검색한 낙태 관련 정보는 절대 저장되거나 사법기관에 전달되거나 범죄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구글은 사용자의 낙태 관련 기관 방문 위치정보를 자동 삭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더 강화하라는 주문이다.

지난 6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 결정권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메타(옛 페이스북)도 낙태금지법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지난 6월 미 네브래스카주에 거주하는 18세 여성이 낙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과정에서 메타가 여성의 메신저 기록 등 개인정보를 경찰 측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테크 업계에서는 사법기관이 사용자의 위치 정보와 메신저 기록, 통화 기록 등을 보유한 빅테크에게 수사 자료를 요청하고, 이렇게 제출된 자료가 낙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왔다. 메타가 낙태 여성의 정보를 경찰에 넘긴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커졌고, 메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6월초 현지 법 집행기관으로 부여 받은 수사 협조 영장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메타도 몰랐다는 것이다.

테크 업체들은 일단 사용자들의 위치 정보와 메신저, 통화 기록 등을 낙태 수사를 진행하는 사법기관에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으로 낙태 관련 수사가 늘어나면서 빅테크를 향한 사법기관의 자료 제출 요구가 증가하고, 빅테크가 보유한 사용자 정보가 사용자 처벌에 사용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