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이 젊어졌다. 18일 빅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발간한 ‘2022 골프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세대별 골퍼 비율을 보니 MZ(20~30대)세대 골퍼가 전년 대비 6.6% 늘면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덩달아 30대를 타깃으로 한 미국 골프 브랜드 PXG가 의류 판매 부문 지난해 9위에서 올해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스마트 기기에 능숙한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된 결과, 스크린골프·필드예약 등 앱 이용자 수도 2020년 대비 8배 가까이 폭증했다.

아이지에이웍스는 자사가 보유한 스크린골프·필드예약·쇼핑몰앱 이용 데이터와 33개 골프 브랜드의 디지털 구매 데이터 1270만건을 분석해 이번 보고서를 펴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MZ세대와 40대 여성 골퍼가 1년 새 확 늘어나면서 골프 시장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MZ·40대 여성이 주도한 골프 의류 지각 변동

세대별 비율 변화를 보면 MZ세대와 여성 골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2021년 12월~2022년 5월) MZ세대 골퍼 비율은 24.3%로 전년 동기 대비 6.7%포인트 증가했다.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40대(39.0%)는 지난해 대비 5.5%포인트 늘었다.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4.7%포인트, 7.4%포인트 줄었다. 성별로 분류해보니, 여성 골퍼 비중은 지난해보다 6.5%포인트 늘어난 35.9%를 차지했다. 특히 40대 여성(4.9% 포인트 증가)이 가장 많이 골프에 입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MZ 여성(2.8%포인트), 50대 여성(0.2%포인트)이 뒤를 이었다.

세대별 비율이 급변하면서, 골프 의류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올해 골프 용품 판매액 톱5 브랜드를 꼽아보니, PXG(1982억원), 캘러웨이(1661억원), 테일러메이드(1658억원), 파리게이츠(1649억원), 클리브랜드(1484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톱5 중 올해도 톱5를 지킨 브랜드는 캘러웨이, 클리브랜드 두 곳뿐이었다. 올해 매출이 500% 넘게 오르며 1위를 차지한 PXG는 미국 골프 브랜드로, 의류는 국내 기업인 로저나인이 라이선스 생산을 하고 있다. 티셔츠 한 장에 30만원이 넘는 고가인데도 3040 골퍼 사이에서 인기다. 아이지에이웍스 관계자는 “MZ세대 구매자를 분석해보니 PXG, 지포어, 말본, 맥케이슨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구매율이 크게 늘었다” 했다. 지포어는 전년 대비 구매액이 713%, 맥케이슨은 2835% 폭증했다.

최근 ‘영골퍼’가 늘어나자 골프웨어 업계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골프웨어 브랜드 고스피어는 아이돌 가수 장원영을 모델로 발탁했으며, 파리게이츠는 올해 1월 걸그룹 트와이스를 모델로 기용했다. BTS 소속사 하이브가 최근 선보인 신인 걸그룹 뉴진스는 아예 영국 명품 브랜드 비비안웨스트우드의 골프웨어를 입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5조7000억원 수준으로 미국(1조3000억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골프 앱 시장도 급성장

MZ골퍼가 늘어나면서 골프 관련 앱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스크린골프앱은 코로나 초기인 2020년 5월 월간 이용자 수가 42만명에 불과했는데, 올해 5월 346만명으로 8.2배로 늘어났다. 필드 예약을 위한 앱 월간 이용자 수도 2년 전 38만명에서 올해 5월 293만명으로 7.7배로 증가했다.

세대별로 골프를 즐기는 방식도 갈렸다. MZ세대는 필드보다 스크린골프 이용 비율이 높았지만, 5060 기성 골퍼 60% 이상이 스크린골프장보다 필드를 더 자주 찾았다. 필드 이용 비율도 수도권 위주에서 비수도권으로 확산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경기도 골프장 이용 비율은 51.2%에서 40.6%로 감소했다. 반면 강원·충남·충북 등 수도권과 맞닿은 지역 골프장 이용 비율은 1.2~2.1%포인트 증가했다. 아이지에이웍스 관계자는 “MZ세대가 간편하고 저렴한 스크린골프나 비수도권 골프장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