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238단 최고층 낸드플래시 반도체.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PC 등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로, 데이터 저장공간을 마치 아파트처럼 고층으로 쌓는 것이 기술력의 한 척도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최고층은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달 양산(量産)을 시작한 232단이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개막한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신제품을 공개했다. 행사 기조연설에 나선 최정달 SK하이닉스 부사장(낸드 개발 담당)은 “이번 238단은 원가, 성능, 품질 측면에서 글로벌 톱클래스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층, 최소 크기 구현”

세계 낸드 시장 3위인 SK하이닉스는 2020년 12월 176단 낸드를 개발했고, 1년 8개월만에 차세대 제품인 238단을 선보였다. 회사 측은 “최근 샘플 제품을 고객에게 보냈고, 내년 상반기 중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이번 238단 낸드는 최고층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 제품으로 구현돼 이전 세대 제품(176단) 대비 생산성이 34% 높아졌다”고 밝혔다.

신제품은 512Gb(기가비트) 용량의 ‘TLC 4D 낸드플래시’ 반도체다. TLC(트리플 레벨 셀)는 데이터 저장공간인 셀(Cell) 하나에 3개의 정보(비트)를 담았다는 뜻이다. 셀은 고층 아파트처럼 쌓은 반도체에서 하나의 방과 같은 개념이다. 하나의 방에 데이터를 각각 1개, 2개 넣은 SLC(싱글), MLC(멀티) 제품 대비 동일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4D는 4차원 구조로 칩을 구현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이전 세대보다 50% 빨라졌고, 에너지 사용량 역시 21% 줄어 전력 소모 절감 효과가 있다”며 “PC용 저장장치인 SSD 제품을 먼저 공급하고, 이어 스마트폰과 서버용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발 주자들, 기술력 과시

낸드플래시는 과거 단층 주택 형태였지만, 점점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고층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높게 쌓는 형태로 바뀌었다. 하지만 최고층을 쌓았다고 최고 기술력을 갖췄다고 단언할 순 없다. 실제로 낸드플래시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작년 하반기에 양산을 시작한 176단이 최고다. 예를 들어 300층짜리 아파트를 지으면 그 안에 사람이 많이 살 순 있지만 살기가 좋은지, 가격이 너무 비싸진 않은지, 과연 시장에서 잘 팔릴 것인지 등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론의 232단 낸드플래시 반도체 구조도. /마이크론

낸드플래시 제조 핵심 기술은 고층으로 층층이 쌓은 셀을 연결하기 위한 미세한 구멍(hole)을 뚫는 것인데, 삼성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128단을 한 번에 뚫는 ‘싱글 스택’이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타사는 두 차례에 나눠 뚫은 뒤, 이를 쌓는 ‘더블 스택’ 기술을 쓴다. 마이크론의 232단, SK하이닉스의 238단 모두 더블 스택 기술을 썼다. 삼성도 이론적으로는 256단의 더블 스택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 역시 “경쟁력은 단수 자체가 아니다”며 “우리도 200단 이상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소비자 수요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경쟁사들이 최고층 단수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업계에선 삼성과 기술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1분기 기준) 1위는 삼성전자(35.5%)다. 이어 일본 키옥시아(19%), SK하이닉스(18.1%), 미국의 웨스턴디지털(12.2%)과 마이크론(11.3%)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