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초청으로 방한한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선수가 지난 16일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쿠팡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지난 13, 16일 이틀간 영국 축구팀 토트넘 홋스퍼를 초청해 개최한 축구 경기에는 전국에서 10만8000명이 모였다. 이들은 모두 월 4990원을 내는 ‘로켓 와우’ 유료 회원이다. 쿠팡이 100억원 이상 거액을 쏟아부어 토트넘을 초청하면서, 티켓 구매는 물론 생중계 시청도 철저히 회원들만 할 수 있는 ‘프라이빗(private) 행사’로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구, 여수, 제주에서까지 쿠팡 회원들이 대거 상경해 경기장에 밀집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쿠팡은 경기 전에 손흥민 등 선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어린이 44명까지 철저히 쿠팡 유료 회원과 그 자녀들로 구성했다. 쿠팡이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 단독 중계에도 300만 회원이 몰렸다. 쿠팡 측은 “지난 6월 회원료를 4990원으로 인상하면서 고객 이탈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오히려 플러스 효과가 있었다”며 “수익성을 따지기보다는, 고객을 멤버십에 록인(lock-in)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 “찐팬 만들어라” 티켓구매·TV 시청도 회원만 가능…수익보다 고객 ‘록인’ 효과 노려

IT 기업들이 팬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 각종 혜택, 자부심을 느껴 스스로 ‘팬(fan)’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팬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의 스마트폰 ‘갤럭시 팬’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가전 ‘비스포크 팬’을 위한 행사를 신설했다. 지난달 비스포크 가전 고객 1500여 명을 에버랜드로 초청해 ‘여름 바캉스 팬파티’를 연 것이다. 이달 1일엔 삼성 멤버스 커뮤니티의 우수 고객 40명을 수원 본사로 불러 스마트폰 개발·기획자들과 직접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자리를 마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팬 행사는 고객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수준 높고 예리하면서도 진솔한 충고를 접할 수 있어 차기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들도 잇따라 팬클럽을 창단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2016년부터 ‘배짱이’라는 팬클럽을 운영해오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을 줄인 말로, 매주 이들을 위한 뉴스레터도 보낸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 팬 증가가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이용자 유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도 ‘고슴도슴’이란 팬클럽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