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네이버의 첫 번째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내부 모습. 수만대의 서버가 가동되고 있다. /네이버

지난 20일 네이버가 세종특별시에 짓는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상량식(건축 골격 완성 기념 행사)이 열렸다. ‘각 세종’은 국내 최대 규모로, 부지 면적이 29만3697㎡(축구장 41개 규모)다. 춘천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6배에 달한다. 네이버는 각 세종에 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도 이날 상량식을 찾았다. 이 GIO는 평소에도 ‘데이터가 곧 경쟁력’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를 빼앗기는 것은 매출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날 행사도 데이터 산업 인프라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 GIO가 참석했다는 것이 네이버 측 설명이다.

네이버·카카오·통신3사 등 국내 기업을 비롯해 에퀴닉스, 디지털리얼티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국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현재 156개(2020년 기준)인 국내 데이터 센터는 2025년 188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인프라다. 수만대의 서버가 한곳에 모여 있는 데이터센터는 초고속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의 저장·처리 역할을 맡는다. 아마존·구글·MS가 뛰어든 클라우드(가상저장공간) 서비스도 데이터센터가 있어야 가능하다. 특히 인공지능·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 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첨단 산업의 기반을 닦기 위해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최근 상량식을 연 네이버의 두 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조감도. 세종특별시에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네이버

◇2025년까지 대규모 데이터센터 11곳 이상 지어져

지난 3월 데이터센터 임대·위탁운영 전문 기업 에퀴닉스는 싱가포르투자청과 투자규모 6300억원의 합작회사를 차리고 한국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 2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에퀴닉스는 세계 24국에 200개 이상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라이벌 기업으로 꼽히는 디지털리얼티도 올해 초 서울 상암동에 국내 첫 번째 데이터센터를 열었고, 경기 김포시에 2023년 준공 예정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투자 대열에 합류해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인 퍼시픽자산운용과 합작사를 차리고 경기 용인시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2025년까지 수도권에 건설 예정인 10MW(메가와트)급 이상 대규모 데이터센터만 11곳에 달한다.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는 이유는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연평균 15% 이상 늘어났다. 각종 IT서비스·게임의 서버 인프라로 보편화하고 있는 클라우드도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다. 넷플릭스·유튜브·라이브커머스 등 고용량 영상 콘텐츠도 늘었고, 금융 분야에도 핀테크가 접목되면서 데이터 흐름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데이터를 처리할 인프라 수요도 같이 늘어난 것이다.

◇데이터센터용 전력 포화 도달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조7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매년 10% 이상 성장이 기대되지만, 문제는 전력 공급이다. 데이터센터는 수만대의 서버를 24시간 돌려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전력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한국전력에 전력 공급 허가 신청을 냈지만, 한전에서는 수개월째 묵묵부답”이라며 “데이터센터발 전력난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했다. 한전 측도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 공급 요청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9년까지 서울·경기·인천에만 182곳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전망이다.

냉각수 문제도 따른다. 데이터센터는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물이 필요하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예 데이터센터를 바닷속에 집어넣는 방법을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 2년간 18개 해저 데이터센터를 시범운용했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구글은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반도체를 비롯해 AI를 이용한 냉각시스템도 개발 중”이라며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위한 투자와 기술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