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TV 운영체제(OS)의 왕좌를 놓고 경쟁에 나섰다. 스마트 TV OS 시장은 안드로이드·iOS로 양분된 모바일 OS 시장과 달리 절대 강자가 없는 데다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 가운데 스마트TV 비율이 처음으로 90%를 돌파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TV는 가전들을 연결하는 IoT(사물인터넷) 허브 역할도 하기 때문에 가전 업체들은 목숨 걸고 OS 점유율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스마트TV OS 시장은 적도 동지도 없는 혼전 국면이다. 전 세계 스마트TV 12억8000만대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구글의 안드로이드(38.7%), 삼성의 타이젠(21.3%), LG의 웹OS(13.8%)가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 뒤를 미국 TV 스트리밍 플랫폼 로쿠사의 로쿠(8.5%), 미국 TV 제조사 비지오의 스마트 캐스트(3.5%), 미국 아마존의 파이어TV(1.3%), 중국 화웨이의 하모니(0.9%)가 쫓고 있다. TV 제조사뿐 아니라 영상 스트리밍 업체들도 OS를 만들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샤오미·파나소닉·TCL 등 자체 OS가 없는 TV 제조사들은 전략적으로 OS 제공사와 제휴하고 있다.

◇타 사에 OS 개방하고 콘텐츠 강화

삼성과 LG는 점유율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OS 개방에 나서고 있다. LG는 2014년부터 자사 제품 전용으로 사용하던 웹 OS를 지난해 처음으로 다른 TV 제조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미국 RCA, 중국 콩카·모토로라 등 140여 곳이 웹 OS를 자사 제품에 탑재했다. 웹OS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 12.4%에서 지난해 13.8%로 올랐다. LG는 웹 OS 첫 화면에 나오는 자사 로고를 고객사 로고로 바꿔주는 ‘고객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삼성 또한 작년 말 온라인으로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SDC21)에서 타이젠을 외부 업체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LG는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해 각자의 OS에 게임·헬스·패션 콘텐츠를 탑재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지난 9일 타이젠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LG도 지난해 하반기 웹 OS에 클라우드 기반 게임 구독 서비스인 구글 스태디아·엔비디아 지포스를 탑재했다. 양 사 모두 사용자가 별도의 게임 기기 구매 없이 TV만으로 수백 가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LG전자의 최신 버전 웹OS. 헬스, 여행, 게임 등 다양한 앱을 제공하고 있다./LG전자

헬스·패션 콘텐츠도 업그레이드됐다. 웹 OS는 미국·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드라마·영화에 나온 옷을 음성 인식으로 물어보면 쇼핑 페이지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타이젠은 2020년부터 일부 기종에서 맞춤형 운동 콘텐츠인 ‘삼성 헬스’를 지원하고 있다. ‘더프레임’ TV에서는 타이젠 앱을 이용해 1500여 점의 유명 미술작품·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감상할 수 있다.

◇충성 고객 만들고, 수익 기대 효과도

삼성과 LG가 TV OS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록인(lock-in·종속)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정 OS에 익숙해진 고객이 향후 TV 교체 과정에서 같은 OS를 탑재한 TV를 또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마트 TV 광고 시장이 빠르게 커져 OS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방대한 시청 데이터를 확보한 OS 제공사는 각 고객에게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거나 TV로 할인 쿠폰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새 광고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향후 TV OS의 앱 입점 경쟁이 치열해지면 모바일 앱장터처럼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웹 OS에는 2000여 개 앱이 동록돼 있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으로 TV OS의 사용 영역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투명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창문이나 출입문, 파티션 등에도 이미 TV OS가 탑재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보편화될 자율주행차 내부 디스플레이에도 TV OS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여러 TV OS 운영사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OS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