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여파로 가상화폐 시가총액 1·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 지난 1년간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게 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13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각각 3500만원 선과 200만원 선이 붕괴했고, 특히 지난 10일 220만원대이던 이더리움은 20% 넘게 하락하면서 이더리움과 관련된 수조원대 파생상품 시장 붕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오후 4시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4.37% 떨어진 3320만원, 이더리움은 전날보다 7.0% 하락한 174만원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 충격파로 기술주와 가상화폐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시세도 동반 하락한 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현 가격까지 주저앉은 것은 지난해 5월 대폭락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중국 당국이 자국 내 가상화폐 채굴을 금지하면서, 중국발 가상화폐 매물이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와 가상화폐 가격이 30% 넘게 폭락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이후 반등해 지난해 말 각각 8000만원, 5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해 같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더리움 가격 하락이 이더리움 담보 대출 같은 파생상품 청산을 초래해 루나 사태 같은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담보 대출 업체 셀시우스는 최근 가상화폐 ‘stETH’를 담보로 70% 정도의 이더리움을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셀시우스의 대출 금액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stETH의 발행 규모는 6조3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셀시우스의 이더리움 지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퍼지며 투자자들이 stETH를 대거 인출하기 시작하자, stETH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더리움과 1대1 교환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셀시우스는 13일 고객 자산 출금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1달러=1테라 연동이 무너지며 연쇄 하락을 일으킨 테라와 루나 코인 폭락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