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에서 결제하는 콘텐츠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이용권인 쿠키 1개 가격을 100원에서 120원으로 올렸고,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 내에서 이모티콘 월간 구독 가격을 4900원에서 5700원으로 16.3% 인상했다. 이뿐 아니라 웨이브·티빙·시즌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플로·바이브 같은 음원 서비스의 월 구독 상품 가격도 13.9%에서 최대 16.7%가량 올랐다. 각 업체들은 “구글이 앱 장터 수수료를 인상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8월, 국회는 구글과 애플의 최대 30% 수수료 강제 부과를 막겠다며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의 허점을 파고든 구글의 우회로 결국 이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만 것이다.

◇구글, 법 우회하며‘인앱결제’ 의무화… 앱 업체, 수수료 부담에 콘텐츠값 인상

구글은 내달 1일부터 자사 앱 장터에 등록된 모든 앱 중 자사 인앱결제(앱 내부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을 퇴출시키기로 했다. 게임에만 적용하던 수수료 최대 30% 인앱결제 방식을 모든 앱과 디지털 콘텐츠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지 21개월 만이다.

/그래픽=양진경

내달 1일 이후에도 기존 가격으로 앱 구독과 콘텐츠 구매를 이어갈 방법은 있다. 해당 서비스의 웹 결제는 계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웹 결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홈페이지 등을 통한 우회 결제 방식으로 구글과 애플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돼 가격이 저렴하다. 다만 6월부터는 앱 안에 직접 웹 결제로 통하는 ‘아웃 링크’를 달면 앱이 구글 앱 장터에서 퇴출을 당할 수 있어, 소비자가 직접 앱 개발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사용자가 많은 게임 앱은 인앱결제를 진작부터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웹 결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일단 우회 방법이 있지만, 외부 결제가 번거롭고 피싱 우려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인앱결제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인앱결제 논란 핵심은 ‘30% 수수료’

국내 IT 업체들과 웹툰·웹소설 창작자들은 “구글이 부과한 최대 30% 수수료가 너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구글은 “전 세계가 이용하는 앱 장터 플랫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비용”이라고 맞선다. 한국 국회는 규제 입법을 통해 수수료율을 조절하고자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기업의 수수료율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으니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다’는 조항을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 앱 장터 간 경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려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지난해 11월 기존 최대 30% 수수료 결제 방식에 최대 26% 수수료를 받는 제3자 결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새 규제를 피해갔다. 구글은 “이용자의 선택지가 두 개가 됐으니 ‘특정 결제 방식 강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법의 허점을 구글이 파고든 것이다.

앱 개발사와 콘텐츠 창작자들은 반발했고,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시행령 위반 소지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전혜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구글이 두 개의 결제 방식을 제공했다고 해도 개발사 입장에서 ‘충분한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방통위는 지난 4월부터는 앱 장터의 부당 행위 피해 사례 신고도 받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구글·애플의 수수료율 논란은 끊임없이 논란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애초 10여 년 전 애플과 구글이 앱 장터를 만들고 30% 수수료율을 정했을 때는 앱 시장이 막 발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구글이나 애플로서도 막대한 투자 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앱 경제가 보편화된 지금은 오히려 ‘애플·구글이 돕는 것도 없이 통행세만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애플과 밀월 관계였던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스는 구글·애플의 30% 수수료율에 반발해 수수료를 12%로 낮춘 자체 앱 장터를 열었다가 2020년 두 회사의 앱 장터에서 퇴출당했다. 이후 에픽게임스는 애플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인앱결제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구글·애플 등 앱 장터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 구글·애플은 앱 개발자들에게 자신들의 앱 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인앱결제 과정에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