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해외와 국내 업체를 포함한 주요 OTT의 월 사용자 수가 최근 4개월 사이 평균 10% 이상 줄어든 것이다. 세계 1위 넷플릭스가 지난 1분기 11년 만에 첫 유료 가입자 감소 사태를 겪으며 미 증시와 OTT 업계에 충격을 안겼는데, 국내 OTT 시장에서도 심상찮은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특히 웨이브 등 토종 OTT들의 경우 지난해 대부분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던 만큼 “OTT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토종 OTT 업체들은 한국 진출을 계획 중인 해외 신규 OTT와 손을 잡거나 콘텐츠 영역을 음악·웹툰 또는 스포츠 중계로 확장시키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 들어 월 사용자 11% 감소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한국 OTT 시장 7대 업체인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시즌, 왓챠의 지난달 월 실제 사용자 수는 2683만명으로, 연초인 1월에 비해 1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월만 해도 월 사용자 수가 3024만명이었지만, 2월 2952만명, 3월 2893만명, 4월 2683만명으로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 업체 별로는 디즈니플러스가 올 1월 201만명에서 4월 153만명으로 23.9%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 KT 계열의 시즌이 176만명에서 144만명으로 줄어 18.2% 감소했다. 쿠팡플레이(17.7%), 왓챠(13.2%), 웨이브(12.0%)도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토종 OTT 중에선 티빙이 감소율 7.7%, 해외 OTT 중에선 넷플릭스가 7.1%로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특수’가 약화되는 와중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로 지출을 줄이려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이 사용자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들은 1명당 평균 2.7개의 OTT를 쓰고 있다. OTT로 ‘오징어게임’과 마블 시리즈를 시청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각각 가입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뚜렷한 히트작이 없자 여러 OTT에 가입했던 사용자들이 필요 없는 계정을 정리하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들의 가입과 탈퇴가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 모색에 영역 확대 등 안간힘

토종 OTT 업체들은 사용자 감소세를 방어하기 위해 해외 업체와 제휴를 통한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토종 2위 OTT인 티빙은 다음 달부터 자사 앱에서 미국 OTT ‘패러마운트플러스’의 콘텐츠도 제공한다. 패러마운트플러스 전용관을 만드는 ‘플랫폼 내 플랫폼’ 방식이다. 패러마운트플러스는 미 CBS방송과 쇼타임·패러마운트픽처스·MTV 등을 보유한 미국의 종합미디어 그룹 패러마운트글로벌이 지난해 출시한 OTT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은 패러마운트플러스의 방대한 오리지널 영화 콘텐츠를 확보하고, 패러마운트플러스는 자체 플랫폼 대신 티빙과 협업하는 식으로 새 시장 개척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 1위 OTT인 웨이브는 미국 워너미디어의 OTT ‘HBO맥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는 아직 구체적 방식이나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토종 3위 OTT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독점 중계권 확보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OTT 최강자인 넷플릭스가 스포츠 중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쿠팡플레이는 지난달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 오는 2025년까지 4년간 K리그의 뉴미디어·온라인 중계권을 독점하게 됐다. 또 다른 토종 OTT인 왓챠는 올해 안에 동영상뿐 아니라 음악과 웹툰 서비스까지 모두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왓챠 2.0′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