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도입’ 예고에 통신업계가 떨고 있다. 수익 감소는 물론, 5G 망(網) 구축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 3사와 협의를 거쳐 연내 5G 요금제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5G 가입자의 월 데이터 사용량은 평균 24GB(기가바이트·올 2월 기준)인데 통신 3사의 5G 요금제는 대부분 10GB 이하나 100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로 양분돼 있다. 중간 구간 요금제가 없어 5G 이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5G 망에 투자한 자금 회수도 아직 안 된 데다, 여전히 망 구축에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5G 서비스는 고가(高價) 요금제를 주축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중간요금제가 도입되면 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대거 옮겨가게 돼 수익이나 투자 여력이 모두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요금 인하는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나온 단골 정책이다. 이때마다 비용이나 손실을 통신 3사가 떠맡아왔다는 게 통신업계의 불만이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직후 통신 3사가 월 통신 요금에서 매월 20%를 깎아주던 선택약정 할인 폭을 25%로 늘렸고, 취약 계층인 저소득 어르신들(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매월 1만1000원의 통신비를 감면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취약 계층 요금 감면액은 2017년 4200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났는데, 고스란히 통신 3사가 부담했다는 것이다.

5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통신업계가 중간요금제 도입을 드러내 놓고 반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통신 3사는 10년 만에 4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영국 EE와 독일 O2, 캐나다 로저스 등 외국 통신업체도 이미 5G 중간요금제를 내놨다. 인수위 관계자는 “무작정 통신비 일부를 깎아주라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요금제 선택을 넓혀주라는 것”이라며 “외국 통신업체들도 도입했는데, 국내 통신업계가 수익 감소와 투자 여력을 운운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