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소셜미디어(SNS) 트위터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문제가 논의되는 디지털 타운 광장”이라고 했다. 앞으로 트위터를 콘텐츠 검열이 적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위해 자기 자본과 은행 대출을 포함해 440억달러(55조원)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머스크는 이를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라고 밝힌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그 너머를 바라본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인지 주목하는 것이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로 얻게 되는 경제적·정치적 이익과 손해는 무엇일까.

◇트위터로는 돈 못 벌어

페이스북에 이어 전 세계에 영향력이 큰 2번째 SNS인 트위터는 최근 사용자 감소를 겪으며 제대로된 수익을 못내고 있다. 작년 한해 트위터는 매출 50억8000만달러(6조3700억원), 영업적자 4억9274만달러(6179억원)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마이너스 2776억5000만원이다. 트위터에 하루 로그인하는 사용자는 평균 2억1700만명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하루 이용자수(DAU)가 19억2900만명이다.

현재 상황에서 트위터는 적자 기업인 셈이다. 트위터 입장에서 머스크의 인수 제안은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IT 전문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주가로서나 사업으로서 트위터의 실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고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며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회 회장이 인수 계약 체결 후 말한 것처럼 ‘머스크의 제안은 진정으로 트위터 주주를 위한 최선의 길’이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도 트위터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전혀 없어보인다. 머스크는 지난 14일 강연 플랫폼 테드(TED)에 출연해 “트위터 인수에서 경제적인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로 트위터는 앞으로 더 큰 적자에 시달리게 됐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위해 자기 보유 자금 210억달러, 자기 보유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125억달러, 인수할 트위터를 주체로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130억달러 등 총 465억달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중요한 점은 130억달러(16조3000억원)를 트위터가 금융권에서 빌린 형태라는 점이다. 이자도 트위터가 갚아야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금융권의 대출 이자 등을 적용해보면 트위터는 1년에 9억6000만달러(1조2000억원)의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한다. 작년 한해 영업적자가 6178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트위터의 앞으로의 한해 적자는 1조8000억원대로 불어나는 꼴이다.

테크 업계에선 이 때문에 머스크가 트위터의 실권을 쥐게되면 다양한 긴축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정리해고다. 디 인포메이션은 “트위터는 직원 1인당 수익이 다른 테크 기업보다 낮다”며 “스냅과 핀터레스트의 직원 1인당 수익 평균 수준을 맞추려면 트위터 직원 11%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 /로이터 연합뉴스

◇머스크도 1년에 1조원씩 이자 내야

머스크 개인으로서도 트위터 인수는 숫자상으로는 손해보는 장사다. 머스크는 보유한 625억달러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125억달러를 빌릴 예정이다. 이 또한 연간 이자는 1조원에 달한다. 물론 일론 머스크는 작년말 기준 자산이 2190억달러(274조7000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고 부자다. 1조원은 그에게 많은 돈이 아니지만 트위터 운영이 그에게 지속적인 손해를 끼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테슬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스크가 자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한 인수자금 210억달러의 출처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이 대부분의 자산인 일론 머스크의 상황을 고려하면 머스크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팔거나 앞으로 받게 될 스톡옵션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 머스크가 트위터에 신경을 쓰다가 테슬라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26일(현지시각)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2.18% 폭락했다.

특히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인해 광고 수익이 줄어들고, 금리가 인상된다면 손해 폭은 더 커진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는 어느 날 이 거래를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트위터를 소유해 운영하는 것은 그것을 사기 위해 협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AFP 연합뉴스

◇대신 정치적 파워 얻을 듯

반면 머스크는 트위터를 장악하면서 미디어 권력을 손에 넣게 됐다. 트위터를 차지한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적인 온라인 담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단순한 경제적 인수 이상”이라며 “루퍼트 머독이 1976년 뉴욕포스트와 2007년 월스트리트저널을 매입한 것과 유사한 정치적 인수”라고 했다.

일각에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자신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미 대선에서 재출마한 트럼프를 트위터 상에서 지지하고, 트럼프로부터 전기차에 대한 연방 세금 공제를 약속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미 8000만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를 가진 머스크가 트위터를 자신의 회사를 위한 강력한 마케팅 엔진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외신은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글만 눈에 잘 띄게 글자 크기를 크게 키울 수도 있다”고 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중국 당국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개선하려고 움직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는 테슬라의 전 세계 인도 물량의 절반을 담당한다. 중국은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수많은 정책이 뒤바뀌는 탓에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하기 쉽지 않은 땅인데, 머스크가 트위터 내에서 중국의 편의를 봐주고 사업적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 포사이스 뉴욕타임스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2021년 테슬라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 다음으로 중국이었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테슬라의 주요 공급자다. 트위터를 금지한 2009년 이후 중국 정부는 트위터에 거의 영향력이 없었다. 이제는 변했을지도 모른다”고 썼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로이터 연합뉴스

◇외교·정치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 높아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며 전 세계적인 외교 정치의 소용돌이에 본의 아니게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트위터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SNS 플랫폼은 중요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러시아 국영매체들이 선전 게시물을 SNS에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고, 이를 막기 위해 각 SNS들이 러시아 관련 계정을 차단한 것이 가장 최근 예다.

머스크는 앞으로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 등과 함께 미 의회 청문회에 간혹 모습을 비추게 될 것이다. 미 정치권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의 게시물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플랫폼을 자사 기업을 위해서만 활용할 경우 이를 제재하는 강력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전기차를 만들며 하드웨어 산업에 몰두했던 머스크는 이제 전 세계인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블룸버그는 “머스크는 외교적 기술을 시험하는 격렬한 정치적 논쟁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제 인터넷 상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가 자신의 문제가 됐다”며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예전처럼) 장난치며 노는 것은 이제 끝났다고 본다”고 했다.